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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드라망 칼럼

  [삶과 인드라망] 인간의 탐욕으로 빚어진 AI 대재앙 시대에...
  글쓴이 : 인드라망     날짜 : 17-02-04 14:21     조회 : 1846    

인간의 탐욕으로 빚어진 AI 대재앙 시대에... 

요즘은 하루하루가 정말 살얼음판 걷는 심정이다. 우리 농장만 방역과 소독을 철저히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즘처럼 달걀 하나가 이토록 소중하고, 닭 한 마리가 이토록 고마운 적은 없었다.

17년 전, 11년간의 월급쟁이 생활을 마감하고 이곳 산청 지리산 자락에 작은 통나무집을 손수 지어 둥지를 틀고는 유정란 농장을 시작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1,000수가 채 되지 않는 작은 규모의 농장을 꾸려가고 있는데, 최소 몇만 수를 키우는 케이지식 농장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구멍가게 수준인 셈이다. 많은 사람이 내게 묻는다. 1,000수도 채 되지 않는 닭을 키워 어떻게 생활하고 애들 공부 다 시켰냐고? 우리 부부가 남의 손 빌지 않고 하루 반나절만 일하고도 빚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은 소농 직거래 판매와 닭의 입장에서 닭을 키운다는 점이다.
  
사상 최악의 AI 사태로 3,000만 수가 넘는 가금류들을 땅에 묻었고 온 나라가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이 시점에서, AI 바이러스가 제주도에서도 검출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축산농가뿐 아니라 공무원에 군인까지 투입되어 AI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고 전파 경로 또한 오리무중이니 실체 없는 적과 싸우는 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제 방역은 무의미한 게 분명하다. 일 년 내내 상존하는 AI 바이러스를 스스로 이겨 낼 수 있는 면역력을 가질 수 있도록 건강하게 그리고 닭의 입장에서 닭을 키우는 것 말고는 다른 대책이 없다는 뜻이다. 이제는 정부 당국에서도 축산업의 새로운 구조조정을 시작해야 할 때가 분명하다.

AI가 전국에서 발병하고 있는 이 시기에 정부 당국은 조류독감의 주범이라며 죄 없는 철새들에게 더 이상 누명 씌우지 말아야 한다. 지금까지 많은 농장에서 AI가 발생했지만, 발병경로를 명확히 밝힌 곳은 한 곳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방역과 소독만으로 어떻게 AI를 막아낼 수 있겠는가. 정말 철새가 AI 전파의 원인이라면 정말 답이 없다. 해마다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그 많은 철새를 어떻게 관리할 수 있겠는가.   

이제 감기 바이러스처럼 일 년 내내 상존하고 있는 AI 바이러스를 소독이나 방역만으로는 막아낼 수 없다. 닭이나 오리 스스로 면역력을 가질 수 있도록 건강하게 키우는 것 말고는 AI의 확산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게 내 개인적 생각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물, 공기, 햇빛이 가금류의 건강을 좌우한다고 본다. 그래서 닭들이 햇볕도 쬐고 모래 목욕도 할 수 있는 축사 환경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좁은 공간에서 더 많은 수익을 내려는 공장식 밀식사육이 아닌 동물복지를 고려해서 키우는 것만이 AI라는 대재앙을 막아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얼마 전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농장 닭들도 AI에 감염되어 살처분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충분히 그럴 개연성이 있었다. 그 이유는 먼저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알을 낳는 닭의 경우, 최소 4,000수 이상을 키워야 신청이 가능하다. 소규모라야 더 동물복지답게 닭을 키울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1,000수 정도를 키우는 우리 농장은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신청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현재 동물복지농장의 경우 평생 햇빛 한 번 볼 수 없는 무창계사에 전깃불을 켜서 인공조명을 해도 품질인증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는 닭을 건강하게 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 물, 공기, 햇빛임을 간과한 것이다. 이는 동물복지가 닭을 알 낳는 기계로 보지 않고 닭의 입장에서 닭을 대하는 것이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하는데 정부 당국이 동물복지에 얼마나 문외한인지를 보여 주는 단적인 예라고 생각된다. 제발 정부 당국은 진정한 동물복지에 대해서 더 많은 고민을 해주기를 바란다. 

우리나라 산란계의 경우, 소위 공장식 축사인 케이지식(새장) 방식이 전체 농가의 98.5%를 차지하고 평사 방식으로 사육하는 농가는 고작 1.5%에 불과하다. 독일의 경우는 케이지식 방식이 10%이고 평사 방식이 90% 가량인데 이는 우리나라의 닭장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케이지식 닭장은 A4 용지 한 장 정도 면적의 철망 안에 암탉 두 마리가 평생 인공조명에 햇빛 한 번 보지 못 한 채 사료 먹고 알만 낳는 방식으로 사육되는 것으로 보면 된다. 물론 지금 이 시각에도 AI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대부분의 농민을 폄훼하려고 이러한 문제점을 제기하는 건 결코 아님을 밝힌다.

그래서 사육 환경 개선이 AI를 막아낼 대책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축산물의 유통 구조가 먼저 개선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현재 대부분 축산농가는 대기업 하청 방식이라 유통 단계에서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실제로 축산농가에 돌아가는 수익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농가들이 케이지식 사육 방식에서 탈피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 당국이 유통 단계를 단순화시켜 물류 거품이 빠지게 함으로써 축산농가에 순수익이 더 많이 돌아가게 되면 사육 환경이 점차 개선될 것이다.

그리고 정부 당국에서도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본다. 산란계의 경우, 이제부터라도 유럽의 여러 국가들처럼 케이지 방식의 축사 신축을 금하고 평사 방식의 축사만을 허가해주는 일종의 혁신이 있어야 하고 달걀 농장을 가정용 달걀 생산 농장과 제과 제빵 등을 만드는 가공용 달걀 생산 농장으로 이원화해서 관리하는 정책을 펼칠 때, 일 년 내내 상존하고 있는 AI 바이러스로부터 닭들을 지켜낼 수 있다고 생각된다.

결국은 진정한 동물복지 실현과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이 AI 사태의 근본적 해결책이 아닐까. 현재 전국 곳곳에서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직거래 판매를 통해 제 값 받으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닭들을 키워가고 있는 소규모 유정란 농장들이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제 값 받고 농산물을 팔아야 농민이 행복하고 그래야 닭들이 건강해지고 그 닭들이 낳는 달걀 또한 건강한 먹거리가 된다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이치 아니겠는가.

마지막으로 여전히 AI와 힘겨운 싸움을 하는 축산 농가 농민들에게 국민이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고, 그동안 영문도 모른 채 땅속에 파묻힌 3,000만 수가 넘는 생명에게도 명복을 빌어주고 애도의 마음을 가져 주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

 

글_최세현 지리산생명연대 공동대표, 산청 간디유정란농장 농장지기
17년 전 산청으로 귀농해서 닭들과 행복하게 살아가면서, 숲해설가로 지리산 둘레길 코디네이터로 지리산을 온전히 지켜내는 일에 힘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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