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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드라망 칼럼

  [삶과 인드라망] 사드 말고 ‘평화’
  글쓴이 : 인드라망     날짜 : 17-03-06 16:49     조회 : 1951    

사드 말고 ‘평화’

허리 굽은 할매는 지팡이를 짚었고, 다리가 불편한 할배는 의자에 앉은 채 롯데골프장에서 물건을 싣고 나오는 트레일러를 막아섭니다. 30여 명의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할매, 할배들은 롯데골프장 정문으로 향하는 길목에 한두 줄로 늘어섰습니다. 곧 경찰차 10대가 배치됩니다. 롯데가 롯데골프장을 사드배치 제공지로 결정한다는 국방부발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롯데골프장에서 골프 관련 물품들이 실려 나오니, 다급해진 주민들은 몸으로 트럭 앞을 가로막습니다.
“사드가 들어온다는 날부터 집에 있으면 가슴이 벌떡거려서 촛불집회에라도 나와야 한다”며 200여 일 넘게 촛불을 들어온 할매, 할배들은 또다시 벌떡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겨울바람보다 더 매서운 ‘안보 프레임’을 맨몸으로 견뎌냅니다. 추운 겨울이 지났다 생각했는데 너무 일찍 안심했나 봅니다. 칼바람도 가만히 있지 않고 불어댑니다. 
하루 전 날 비 오는 수요일, 소성리 평화집회를 다녀온 터라 사진 속 할매, 할배들의 굽은 허리와 ‘사드반대’ 머리띠에 가슴이 아려옵니다.
데자뷰 deja vu! 송전탑반대운동을 벌이던 밀양, 청도 할매, 할배들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대한민국은 국가, 국익, 안보를 내세워 선거 때마다 ‘그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국민을 고통 속에 밀어 넣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북한 준중거리 미사일에 대비하고, 미국안보를 위해 배치되는 사드(종말단계고고도지역방어체계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THAAD)가 엉뚱하게도 참외와 포도로 유명한 성주, 김천 주민들의 삶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은 지 200일이 넘었습니다.
롯데골프장 바로 곁에는 평화의 성자라 불리는 원불교 2대종법사 정산종사 생가입니다.

평화의 성자 정산종사 ‘사드’에 휩싸이다
빗발이 굵어지면서 오후2시 수요집회를 준비하는 소성리 주민들의 분주함을 뒤로하고 정산종사 생가로 향했습니다. 예의 정갈하고 소박한 집 마당에 들어서니 잠시 세상의 분주함에 막이 드리웁니다. 정산종사와 동생 주산종사 형제 스승님께 인사를 드리고 잠시 마음을 모읍니다. 평화가 살짝이 단전에 머물다 갑니다.
세계가 하나의 큰 집안과 하나의 큰 가족과 하나의 큰 살림임을 밝혀주시며 평화 안락한 하나의 세계에서 함께 일하고 함께 즐기자고 하셨던 정산종사님의 삼동윤리 사상은 편견과 폭력이 인류 전체의 평화를 위협하는 이 시대에 큰 울림을 주는 사상입니다. 종교 간 화합과 상생, 평화로 화하는 세상에 대한 법문을 내놓은 원불교 2대종법사 정산 송규종사는 원불교 교조이신 소태산 대종사의 뒤를 이어 교법 체계를 완성하고, 원불교를 우뚝 세운 성자입니다. 경상도 출신 정산종사가 꿈에 그리던 스승을 찾아 전라도 땅까지 찾아가기 까지 태어나고, 성장하신 성자의 구도지가 바로 초전면 소성리입니다. 성주 달마산은 성자의 구도길이었고, 그 길을 넘어서면 어느새 김천에 다다릅니다. 성주-김천 구도길은 원불교의 자산을 넘어 세계종교문화자산입니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 진행되는 구도길은 지금도 롯데 골프장 측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사드포대가 설치되면 미군 부대 시설로 접근조차 불가능한 길이 됩니다.  
고백하건대 성주성지를 지키겠다는 종교 이기주의(?)에서 출발한 원불교 사드반대 운동은 어느덧 세상의 평화에 간절히 다가가 있습니다. 원불교 교법의 시대화, 대중화, 생활화를 가르치신 스승님은 세상일에 무심했던 제자들을 이렇게 일떠세우나봅니다. 어느덧 원불교는 ‘평화’의 소용돌이 중심에 서 있습니다.

사드배치가 설마 구두약속?
사드가 들어온다는 것은 치외법권 지역인 외국군 즉 미군 부대가 하나 더 생긴다는 말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본토 방어용 사드배치를 위해 토지를 내어주고, 수백억의 운영비를 분담하고, 무엇보다 중국의 자위권 행사로 주권이 심대히 침해되는 사안이므로 적어도 양국 간 조약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국회비준동의 또한 필요하고요. 꼼꼼한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져야 함은 물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한미 양국 실무 구두협의만 있었던 사드가 어떻게 한-미 양국 간 협상으로 둔갑하여 한반도를 넘어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는지 상식적인 이해가 불가합니다.
현재까지 드러난 바로는 사드 배치 관련 한미 간 ‘합의’라는 것은 한국 국방부 정책기획관과 주한미군 기획참모부장이 서명한 ‘한미 공동실무단 운용결과 보고서’뿐입니다. 그런데 이는 적법한 권한을 가진 자가 서명한 한미 간 조약이 아니며, 한미 국방부 간의 기관 간 약정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양국간 협의서가 존재하느냐?’는 질의에 국방부 법무 담당자조차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습니다. 국회 국방위소속 국회의원들의 거듭되는 협약서 열람요청에도 국방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합니다.
최소한의 법적 요건도 갖추지 못한 정체불명의 한미 합의에 의거해서 미국이 사드 배치 권리를 갖고 한국이 토지 공여와 기반시설 제공 및 운영유지비 지원 등의 의무를 지는 것은 불법으로 원천무효입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실무협의는 언제든지 다시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국방부는 이 모든 것을 한미방위조약에 근거했다고 주장합니다. 한미방위조약에 의하면 실무자 간의 협의와 미국의 요청에 의하면 미군 부대도 실무협의 수준에서 내어주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철저한 불평등조약임을 자인한 셈입니다. 실체 없는 사드의 실체를 알았으니 이제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이 순리입니다.

다시, 골프장 앞에 선 소성리 주민들
참으로 아이러니입니다. 소성리 주민들은 또다시 10년 만에 골프장 앞을 막아섰습니다. 카트 등 골프 장비를 실은 트럭이 나가지 못하게 온몸으로 막으며 소성리 할매, 할배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10년 전 골프장 반대투쟁에 나섰던 주민들의 허리는 10년 전보다 더 굽었고, 다리는 더 아파옵니다. 10년 만에 ‘골프장 반대’ 머리띠는 ‘사드반대’로 바뀌었고, 골프장 문 여는 것을 막아섰던 주민들은 이제 행여나 롯데가 골프장 문을 닫을까 봐 노심초사입니다. 골프장보다 더한 전쟁 무기 가득한 미군 부대라는 괴물이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말입니다.  
사드로는 북핵을 막을 수 없습니다. 사드는 길이와 폭이 짧고, 좁은 한반도에는 애초부터 어울리지 않는 무기체계입니다. 사드에 대해 중국이 분노하는 이유는 X밴드 레이더 때문입니다. 이 레이더는 중국의 군사정보를 훤히 들여다보는 신묘한 천리안입니다.
중국의 경제보복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사드배치가 현실화되면 경제보복은 물론이거니와 군사보복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구한말 열강에 둘러싸인 조선의 운명과 같다고나 할까요? 세계에서 미국만이 우방일 수 없습니다. 국제관계는 자국의 국익에 따라 철저히 움직이는 것이 생리입니다.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 등과의 관계에서 문수보살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사드는 가짜안보이고 평화가 진짜 안보입니다. 무기는 무기를 부르고, 평화는 평화를 부릅니다. 한국전쟁 이후 내전 상태인 대한민국은 이제 휴전협정을 걷어내고 평화협정으로 통일의 물꼬를 터야 합니다. 주요정치일정마다 이용하는 ‘안보’ 논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진정한 낙원 세상이 꽃핍니다.
오늘도 성주, 김천은 촛불을 켤 것이고, 원불교의 국방부 앞, 미대사관 앞 기도는 간절히 이어집니다. “평화를 원하거든 내가 먼저 평화가 되자”는 말씀 새기며 오늘도 평화 발자국 이어갑니다. “사드가고 평화오라” 

 

글_ 이태옥 원불교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기획위원
원불교환경연대에서 생명·평화·탈핵순례와 100개 햇빛교당을 만드는 등 에너지개벽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원불교 성주성지가 ‘사드’문제에 휩싸이면서 원불교 평화운동의 지평을 넓히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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