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정사 실상사 선덕사 (사)한생명 실상사작은학교 인드라망생협 우리옷인드라망
자동로그인
 
최근게시물
2018 손 바느질워크숍 &l…
[인드라망 5월 뉴스레터 …
[인드라망 5월 뉴스레터 …
[인드라망 4월 뉴스레터]…
2562(2018)년 3월 회계보…
[삶과 인드라망] 나의 가…
[151호] 회원님들의 손길…

인드라망 칼럼

  [삶과 인드라망] 나의 가족 탈출기
  글쓴이 : 인드라망     날짜 : 18-05-04 16:04     조회 : 489    

나의 가족 탈출기

인간의 성장은 다른 동물에 견주어 더딘 편이라고 한다. 생후 몇 시간 만에 일어나 자신의 몸을 가누고 몇 개월 안에 생존 기술을 익혀 부모 품을 떠나는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십수 년간, 부모의 시각을 빌어 세계를 발견하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규정한다. 나는 나의 부모님의 시각으로, 나의 부모님은 그들의 부모님의 시각으로… 어쩌면 한 개인의 인생은 특별한 전환이 없는 한, 조상의 삶을 변주하는 과정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누적된 습관의 노예에서 벗어나는 삶을 꾸리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나는 인드라망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인드라망 활동가에게는 다양한 자리를 통해 나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듣고 묻고 반복하여 새기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 과정을 통해 지난 삶의 궤적을 돌이켜보면, 나는 늘 스스로를 결함 있는 존재로 여기며 결함을 고치고 결핍을 채워 특별하고 완성된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했고, 내 영혼의 동반자와 특별한 경험을 찾아 어딘가로 떠났다. 무엇을 결함과 결핍으로 여겨 고치고 채우는 이런 노력을 애써서 했을까?

그동안 나는 ‘아버지는 나에게 무언가를 해낼 똑똑하고 능력 있는 딸이 되길 기대한다. 어머니는 나를 이미 힘든 삶에 하나 더 얹어진 부담으로 여긴다.’라는 이야기를 믿고 반복하여 상연하고 있었다. 난 스스로 알아서 잘하는 딸이 되어 어머니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방식으로 어머니를 사랑했고,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는 믿음직한 딸이 되어 특혜를 얻어냈다. 그렇게 애써 노력하는 것으로 나의 존재를 정당화했고,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 것에 상처받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마음 밑바닥에는 내가 원하는 것이 전달되지 않음에 대한 절망과 무력감, 그리고 외로움으로 베어진 가슴의 상처로 깊은 분노와 슬픔이 쌓여갔다. 그러나 나의 분노를 드러내어 내게 제한되게나마 사랑과 안전을 제공하는 부모님으로부터 버림받고 싶지 않은 두려움이 분노를 막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도록 가슴을 꽁꽁 묶었다. 가끔 내면의 분노가 드러날 때면, 두려움과 분노 사이의 갈등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나를 바닥으로 끌어 내리는 것 같았다. 특히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삶의 활력을 나의 분노와 슬픔을 억누르는 데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십 대부터 난 꾸준히 집을 떠날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몸은 집을 떠났는지 몰라도 마음은 여전히 부모님에게 묶여 있었다. 사랑에 굶주려 있으면서도 상처받을까 봐 엄마를 외면했듯 사람에게서 멀어지려는 마음이 컸다. 또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나를 보호해줬으면 하는 아버지에 대한 기대는 세상이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기대가 되어 여전히 장소와 시간을 불문하고 나의 마음을 두드렸다. 내가 원하는 것과 상관없이 굴러가는 세상과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실망으로 난 수시로 분노했고 상처받았다. 그리고 이 절망감과 슬픔을 지속해서 느끼며 살 수가 없어 가슴을 닫았다. 부모님으로부터 온전한 수용과 보호를 갈구했지만, 좌절했던 기억은 여전하여 내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주무르기도 했다. 누군가의 부모가 되어도 전혀 모자라지 않을 나이임에도, 여전히 그 늪에 빠져 옴짝달싹 못 하는 내 모습은 말뚝에 매어 제 자리를 빙빙 도는 짐승이 된 듯한 느낌을 준다. 전혀 유쾌한 경험이 아니다. 이렇게 유아기적 소망과 기대, 분노, 좌절, 슬픔 위에 구축된 삶은 허약하고 위태로웠다. 

다행스러운 일은 이것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생존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나라고 생각했던, 부모님에게 생존을 의지하느라 꽁꽁 묶어두었던 마음을 하나씩 걷어내니,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고 또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발견하는 과정이 신비롭게 느껴진다. 다른 사람에게 부담되지 않도록 요구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 다른 사람의 기대와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믿음직한 사람이 되는 것. 이런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나는 어떤 사람일까?

살면서 내가 바랐던 보호와 안도감을 느꼈던 때를 기억한다. 무언가 딱 맞아 떨어지는 느낌, 집에 왔다는 느낌. 그런 느낌을 2013년 아르헨티나 어느 부부의 농장에서 지낼 때 처음 받았다. 유명한 이과수 폭포와 멀지 않은 곳에 있던 그 농장에서 생태 뒷간을 사용하고, 그것을 퇴비로 이용하여 텃밭을 만들고, 생태 건축으로 집을 짓고, 사유지를 가로질러 흐르는 계곡에서 더위에 지친 몸을 씻었던 그 기억은 행복하고 안전함을 느꼈던 기억으로 여전히 남아있다. 이전에는 혼자 애써서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불안하고 막막했다. 그런데 그 농장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내가 어느 큰 그룹 안에 속해 있고 내가 들어감으로써 하나의 원이 완성된 느낌, 비로소 뿌리내린 느낌, 그로 인해 바로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다는 소속감과 안정감, 안도감을 느꼈다. 전 생애를 걸고 내가 찾아다니던 게 그것이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것이 아마도 공동체 감각이었나 보다. 생명의 공동체 안에서, 생태적 순환에 참여하는 자체로 기쁨과 즐거움, 안정감이 있음을 알았다. 그것을 알게 된 이상 이전처럼 도시의 임금노동자가 되어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돈을 통해서만 다른 것과 연결되는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아쉽게도 나의 가족 역시 내가 돌아가고 싶은 공동체가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바란 공동체는 아니었다. 서로에게 의지하여 각자의 완성을 돕는 온전한 존재로 여기고 존중하기보다 우리는 서로를 자신의 기대와 필요를 충족시킬 수단으로 보았다. 나의 가족을 탈출하여 멀리서 돌이켜보니 그랬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은 공동체로 산다는 것을 깊이 공부하게 한다. 이곳에 온 것만으로 모든 어려움이 일거에 해결되었으면 좋겠지만, 여기서도 여전히 나의 습관은 나를 휘두르고 사람들과 멀어지고 가까워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다만 이전과 달리 지금은 그 휘둘림에 큰 심리적 손상을 받지 않는다. 여기서 더 나아가 단순히 사람들만의 공동체를 넘어 생명의 공동체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미약하지만, 그 노력으로 생명에 뿌리내린 소속감과 다른 사람이 내게 기대하는 것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맨얼굴 그대로 존재해도 괜찮다는 안정감을 얻어가고 있다.

비록 시작은 결함을 고치고 결핍을 채우기 위한 탈출에서 비롯되었지만, 그 여정을 통해 지금 여기에 다다랐으니, 인생의 고통도 버릴 것 하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생명의 공동체 안에서 자리를 잘 잡아보려는 노력이 마냥 쉽지는 않지만, 지금 이대로의 내 삶이 꽤 괜찮다. 다 고마운 일이다. 이제는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남들보다 특별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초조하거나 불안하지 않다. 더불어 사는 다른 사람들이 고맙고 그들에게 보탬이 되는 일을 하면 삶이 보람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 한켠이 든든해진다. 한 가지 더 소망한다면, 하루빨리 나의 가족도 이렇게 공동체 안에서 든든하게 사는 삶을 선택하였으면 좋겠다.

 

글_ 김한나 생명평화대학 활동가
생명평화대학 1기를 졸업하고, 유명유실(有名有實)한 삶을 살기 위해 인드라망에서 활동하고 있다.



게시물 203건
[삶과 인드라망] 나의 가족 탈출기
나의 가족 탈출기 인간의 성장은 다른 동물에 견주어 더딘 편이라고 한다. 생후 몇 시간 만에 일어나 자신의 몸을 가누고 몇 개월 안에 생존 기술을 익혀 부모 품을 떠나는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십수 년간, 부모의 시각을 빌어 세계를 발견하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규정한다. 나는 나의 부모님의 시각으로, 나의 부모님…
2018-05-04
[삶과 인드라망] 한반도의 진정한 봄을 위하여
한반도의 진정한 봄을 위하여 우리는 긴 겨울을 보냈다. 조선이 망하고 일제의 식민지가 되었고, 2차 대전에서 일제가 패망하고 찾아온 해방이지만, 분단과 전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휴전선이라는 경계 속에서 민족의 동질성보다 국가의 이질성이 심화하는 70여 년의 세월을 보냈다. 한국은 그런 가운데서도 국내 총생…
2018-04-02
[삶과 인드라망] 나도, 여기 함께
나도, 여기 함께 2016년 5월 강남역 사건(노래방 화장실에 숨어 기다렸다가 여자가 들어왔을 때 살해한 사건) 이후, 슬픔과 연대의 물결이 강남역을 뒤덮었다고 들었다. 처음 이 사건을 들었을 때, ‘여자라서 당했다’라고 데자뷰되는 소름 끼치는 두려운 기억들이 각자에게 있었던 것은 아닐까. 각자의 일상과 연결…
2018-03-05
[삶과 인드라망] 마을길을 걸으며 들여다본 평화의 속살
마을길을 걸으며 들여다본 평화의 속살 저는 지금 인천 연안부두에서 팽목항까지 세월호가 갔던 뱃길을 따라 54일간 8백여km를 걷는 순례길 위에 서 있습니다. 지난해 세월호를 교훈 삼아 사회적 성찰과 전환의 순례길을 만들자고 마음 모은 후 진행되는 세 번째 여정입니다. 이번에는 특별히 청년들이 나서 한반도에 …
2017-12-18
[삶과 인드라망] 핵전쟁을 피할 수 있을까
핵전쟁을 피할 수 있을까 작년에 슬로라이프 운동으로 유명한 쓰지 신이치 교수의 초청으로 동경에서 ‘생명평화사상’ 특강을 한 적이 있다. 그때 그가 교수로 있는 도쿄메이지가쿠인대학의 한 동료 교수를 소개받았다. 자그마한 여성인데 일본에서 시리아 내전 상태를 알리기 위해 세미나를 열고 사람들을 조직하는 등…
2017-11-07
[삶과 인드라망] 도려내고 제거하는 변화에서 함께 바꿔 나가는 …
도려내고 제거하는 변화에서 함께 바꿔 나가는 변화로 적폐는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의미합니다. 폐단이라 하면, 어떤 일이나 행동에서 나타나는 옳지 못한 경향이나 해로운 현상을 일컫습니다. 이 안에는 분리, 배제, 단죄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물론 모든 행위가 다 옳을 수는 없고, 각자가 지닌 가치에 따…
2017-10-18
[삶과 인드라망] ‘바람’과 ‘기대’가 옅어지는 삶
‘바람’과 ‘기대’가 옅어지는 삶 나이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살다가 불현듯 내 나이가 정확히 몇 살이지 하고 헤아려 보다가 놀랐던 적이 있다. 스스로의 몸가짐에 더욱더 신중해져야 할 적지 않은 나이이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내 스스로에게 대견해지는 지점이 있다면 오랜 세월 내 삶을 꾸려 가는데 큰 버팀목이…
2017-09-05
[삶과 인드라망] 연결의 과잉, 관계의 결핍
연결의 과잉, 관계의 결핍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 ‘대성당’은 소통의 신비를 탁월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주인공의 아내는 자신이 책 읽어주기 자원봉사를 해온 맹인을 저녁 식사에 초대한다. 난생 처음으로 맹인을 직접 마주하게 된 남편은 몇 마디 피상적인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으면서 지루함을 느낀…
2017-08-04
[삶과 인드라망] 탈핵바람이 불어오다
탈핵바람이 불어오다 아름다운 지구별이 심각한 위기에 처할 가장 큰 위험으로 ‘기후변화’와 ‘핵’을 이야기한다. 2012년도 인드라망은 핵 없는 한반도를 위한 특별사업에 참여하며, 핵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핵 위험에 대해 알리는 활동을 시작하였다. 2014년 제2기 11차 정기총회에서는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
2017-08-04
[삶과 인드라망] 머뭇거림 없이 새로운 길을 열어야 정부도 나라…
머뭇거림 없이 새로운 길을 열어야 정부도 나라도 산다 불교교리 가운데 일상적인 시민윤리로 해석해도 무방한 것이 적지 않은데,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사성제(四聖締)입니다. 사성제의 고(苦)와 집(集)은 문제와 문제의 원인을, 멸(滅)과 도(道)는 문제의 해결(혹은 비전)과 문제 해결의 방법을 의미합니다. 두 …
2017-06-09
[삶과 인드라망] 모든 변화의 첫 단추, 선거법 개혁
모든 변화의 첫 단추, 선거법 개혁 대통령 선거가 한참이다. 곧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다고 한들 ‘헬조선’으로 요약되는 현실이 개선될까? 그렇게 낙관하기는 어렵다. 대통령이 아무리 개혁적인 사람이 된다고 해도, 대한민국의 기득권 구조는 견고하다. 당장 국회에서 …
2017-05-10
[삶과 인드라망] 세월호 희망으로 피어나다
세월호 희망으로 피어나다 세월호.녹슬고, 찌그러진 모습으로 1,073일 만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기다린 시간만큼이나 우리의 슬픔은 깊어 있습니다. 차가운 바다에서 엄마·아빠를 기다렸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또다시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아직도 세월호를 생각하면 슬픔과 비극이 떠오릅니다. 며칠 후…
2017-04-03
[삶과 인드라망] 사드 말고 ‘평화’
사드 말고 ‘평화’ 허리 굽은 할매는 지팡이를 짚었고, 다리가 불편한 할배는 의자에 앉은 채 롯데골프장에서 물건을 싣고 나오는 트레일러를 막아섭니다. 30여 명의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할매, 할배들은 롯데골프장 정문으로 향하는 길목에 한두 줄로 늘어섰습니다. 곧 경찰차 10대가 배치됩니다. 롯데가 롯데골프…
2017-03-06
[삶과 인드라망] 인간의 탐욕으로 빚어진 AI 대재앙 시대에...
인간의 탐욕으로 빚어진 AI 대재앙 시대에...  요즘은 하루하루가 정말 살얼음판 걷는 심정이다. 우리 농장만 방역과 소독을 철저히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즘처럼 달걀 하나가 이토록 소중하고, 닭 한 마리가 이토록 고마운 적은 없었다. 17년 전, 11년간의 월급쟁이 생활을 마감하…
2017-02-04
[삶과 인드라망] 우정 어린 공동체, 옛 길과 오늘
우정 어린 공동체, 옛 길과 오늘 시대의 어둠을 밝히는 촛불이 삼천리에 가득한 나날입니다. 공공 영역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지위를 자신들의 개인적 욕망을 채우는 도구로 사용한 대통령과 측근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거대한 강을 이루고 있습니다. ‘분노’라는 마음은 대상을 미워해 그것을 나에게서 밀쳐내…
2016-12-08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