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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학교의 힘, 결코 작지 않다_ 강수돌
  글쓴이 : 신구슬     날짜 : 16-03-14 07:43     조회 : 2238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박찬영 선생님이 쓴 '작은 학교의 힘'은 '서머힐'의 한국 사례, 그것도 사람이 아니라 공립에서의 대안적 사례를 다양하게 보여준다. 시골의 작은 학교 아이들이 창작 로켓 만들기 대회, 청소년과학탐구 대회, 글짓기 대회, 미술 대회, 체육 대회, 생활영어회화 대회 등 각종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는 것을 보고 박 선생은 깜짝 놀란다. 도시의 학교도 아니고, 유능한 교사도 있긴 있지만 그것만으로 설명은 충분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이 학교 학생들이 가진 특별한 힘이 '강한 자존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작은 학교 교육'이야말로 아이들에게 높은 자존감을 심어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외국의 어느 유명한 의사는 초등 시절의 선생님이 "너는 손이 크고 힘이 세니 훌륭한 외과의사가 되겠구나"라고 말한 것에 자극을 받아 진로를 결정했다 한다. 한창 뛰어놀며 자신의 잠재력이나 소질을 탐색해야 할 시기에 '큰 학교'에 가서 경쟁적인 점수 따기 공부만 한다면 아이들은 자존감을 고양하거나 참된 자아발견에 실패하고 말 것이다. 요컨대, 전교 100명 이내의 작은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선생님과의 친밀한 교류 속에 자존감을 고양할 수 있고 또래와의 인간적 관계를 통해 인성 발달도 잘 이뤄지며, 자연스레 학업 성취도도 올라간다.

'작은 학교의 힘'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전국 곳곳의 사례들을 자세히 보여주며, '공교육 혁명'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공교육 혁명이란, 왕따나 폭력, 허세와 경쟁이 치열한 학교 현장을 우정과 환희, 자존감과 협동심으로 가득한 곳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교육의 목표가 오로지 '다른 아이보다 잘하는 것'이 될 때, 진정한 배움은 사라지고 오직 경쟁의 논리가 교실을 지배하게 된다."

그 배경은 당연히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이며 그 매개 고리는 부모들이다.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에 대해 마음속 깊은 곳에 불안감을 품고 있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부모가 현실(사회나 기업)에서 경험하는 두려움이나 열등감은 아이들에게 최고가 되기를 강요하는 강박증과 조급증을 낳는다. 부모들 또한 어마어마한 '교육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국내에서는 부모나 아이나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에 시달리고, 아이를 해외로 보낸 경우엔 거액의 학비를 감당하느라 '기러기 아빠'들의 심신이 소진되며, 친밀한 가족 관계도 파괴된다. 종종 뉴스에 나오는 기러기 아빠의 자살 사건은 결국, 인생이나 교육에 대한 통찰이나 철학의 부재가 삶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운동장이나 체육 시간까지 없앨 정도로 경쟁 분위기에 압도당한 학교는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까? 당연히도 일부 학생들은 좋은 성과를 낸다. 하지만 대다수 학생들은 좌절감, 열등감, 절망감, 배신감, 무력감, 죄책감 따위에 시달리다 마침내 자살까지 감행하기도 한다.

문제는 많고 해답은 보이지 않는다. 바로 여기서 '작은 학교'는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하나의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한 예로, '도시의 큰 학교들이 가진 공통적 문제 중 하나가 바로 1,2학년에 50대 이상의 담임교사 비율이 매우 높은' 점인데, 그래서 '20~30대의 젊고 친절한 여교사'가 많은 유치원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살뜰히 챙김을 받으며 자란 초등 아이들이 학교에 가길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작은 학교 아이들은 학교를 세 번씩이나 갈 정도로 학교를 좋아한다. 한 번은 공부, 두 번은 놀이를 위해서다. 시골 작은 학교는 자연 속에 있기에 아이들은 자연을 닮아간다.

"루소의 자연주의 교육론이나 발도르프 교육의 관점에서 보면, 자연에 속해 있고 자연주의적 체험학습을 강조하는 작은 학교 교육이야말로 좋은 교육이다."

자연은 호기심을 자극하고 상상력과 깨달음을 키우는 '새로운 낯섦'이자 아토피 등 질병까지 치유하는 병원이다. 또한, 교직을 '밥벌이'로 보는 '직업교사'들이 많은 도시의 큰 학교(여기는 업무 부담도 상대적으로 작고 대충 '묻어갈 수' 있다)에 비해, 시골의 작은 학교는 잘 가르치려는 의욕이 큰 젊은 교사, 교사 자신의 관점보다 아이나 학부모의 마음을 중시하는 '성직자적' 교사들이 많다. 작은 학교에서는 "한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더라도 참고 기다려줄 만한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이런 관계 속에 아이들은 책임감, 자존감, 협동심, 배려심을 키운다. 게다가.(농어촌 근무자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인사평가 체계 탓도 있긴 하지만) 작은  학교에 은근히 열정적이고 우수한 교사가 많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하다. 열정적 교사는 작은 기적을 만들며, 아이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소중한 꿈을 키워주려 한다. 학업 성취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작은 학교에서는 모든 아이가 교사의 눈에 들어온다."

교사와 학부모 간의 소통 문제도 있다. 한 예로,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건이 2006년 7건에서 2011년에 146건으로 폭증했다. 아이의 행동이나 성격, 또래와의 관계 등과 관련, 소통이 잘 안 되고 불신이 큰 결과이다. 특히 '두려움 때문에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만 말하거나 아예 거짓말을 하는 경향이 있는' 아이의 말만 듣고 학부모들이 거친 항의를 하거나 교육청에 민원을 넣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학생들이 선생을 왕따시키는 '선따'도 있다. 교사들의 회의감이나 사기 저하가 상상 이상이다. 도시의 큰 학교일수록 이런 증상은 크다.

"소통이 사라진 교실에서는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오해와 반목의 감정만 생겨난다."

반면, 작은 학교에서는 학생 수가 10명 내외이고 학부모도 학교 근처에 거주하기에 대화가 잦다. 상호 신뢰가 형성되기에 교사와의 대화는 곧 아이를 위한 긍정적 대화가 되고 소통도 잘 된다. 아이와 교사 간은 물론, 부모와 교사 간에도 "갈등은 있어도 왕따는 없다."

'작은 학교의 힘'은 구체적 증거들을 다양한 학교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일본 학력평가 1위를 기록한 히가시나루세 학교, 충남 논산의 도산초, 경기 광주의 남한산초, 경기 양평의 조현초, 전북 임실의 대리초, 전남 영광의 묘량중앙초, 충남 아산의 거산초 등이 그 증거다.

공교육 혁명을 이루려면, 아이들이 제 나름의 속도로 자라도록 기다려주는 자세(교사)도 필요하고 인구 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탄력적 학구제나 교사의 자율성 보장(행정)도 필요하다. 부모들도 아이를 학교에 맡기고 '끝'이 아니라 부단히 '참여'하며 혁신을 같이 만들어가야 한다. 학교운영위원만이 아니라 학부모회라든지 학부모 자원봉사단, 나아가 학부모 독서 모임 같은 것도 열심히 참여하면 좋다. 도시의 큰 학교라 해서 포기할 순 없다. 경기 분당의 보평초는 혁신학교로서 안전과 신뢰의 학교 문화를 만들어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구축하고자 교사 및 학부모가 각기 '3무 3행 운동'을 펼쳐 큰 효과를 냈다. 공교육이 무너진다고 걱정만 할 일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하면 희망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 교사 3무 : 뇌물, 체벌, 태만 / 3행 : 공평 배움, 친절 안대, 학생 지원
* 부모 3무 : 수업 중 출입, 지정 급식 외 음식, 청소 위한 출입 / 3행 : 협력학습 지원, 부모 교육 참여, 명예 교사 봉사

더불어 교육혁명_ 강수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