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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모임과 8월 '시' 모임 알림
  글쓴이 : 인드라망     날짜 : 17-07-28 11:17     조회 : 189    
  트랙백 주소 : http://www.indramang.org/bbs/tb.php/indramang_notice/3215
7월의 시모임에서는 ‘밤, 여름밤’을 주제로 한 시를 나누었습니다. 녹음이 우거지고, 곡식이 익어가기 시작하는 여름의 절정이 시작되니 빨간 산딸기와 노란 옥수수 알갱이 낱알이 두 손 가득, 입안 가득 차오릅니다.

얼마 전 대서가 지나갔고, 며칠 뒤면 입추를 맞이하게 됩니다. 혈기 왕성한 여름의 푸르름이 바래는 것이 못내 아쉬워서인지 차분한 분위기 속... 박경리 시인의 마지막 작품을 읽고 회고하는 시간을 가지며, 저마다 유년시절 보냈던 여름을 꺼내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기억 너머의 소중한 이야기 나누며 한여름 밤의 고요한 정적, 따스한 온기를 함께 느꼈네요.

다음 모임은 8월 29일(화) 늦은 7시 ‘숲’을 주제로 한 시를 담아 와 이야기 나누기로 하였습니다. 여름밤에 어울리는 먹을거리도 준비해오기로 하였으니, 함께 어울리면 좋겠네요. 다음 모임 때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담아서, 모임 때 나눈 시 몇 편, 도반님이 건네준 좋은 문장 옮겨 적고 갑니다.

-
무엇인가가 그립고 무엇인가에 위로받고 싶을 때 우리는 그 빈칸을 채워줄 무엇인가를 그리워한다. 그 빈칸은 당장 현실적인 경쟁력이 되어주지는 않지만 우리를 존재하게 해 주는 그 어떤 것들이다. 사랑이나 우정, 아름다움과 감동이 그런 것들이다. 그리고 이런 것들의 중심에 ‘시(詩)’라는 것이 있다.
<내가 시가 된다는 것> 중에서


-
칠월
허연

쏟아지는 비를 피해 찾아갔던
짧은 처마 밑에서
아슬아슬하게 등 붙이고 서 있던 여름날 밤을
나는 얼마나 아파했는지

체념처럼 땅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낮게만 흘러다니는 빗물을 보며
당신을 생각했는지, 빗물이 파놓은
깊은 골이 어쩌면 당신이었는지

칠월의 밤은 또 얼마나 많이
흘러 가버렸는지,
땅바닥을 구르던 내 눈물은
지옥 같았던 내 눈물은
왜 아직도 내 곁에 있는지

칠월의 길엔 언제나 내 체념이 있고
이름조차 잃어버린 흑백영화가 있고
빗물에 쓸려 어디론가 가버린
잊은 그대가 있었다.
여름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의 나는 체념뿐이어도 좋을 것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
저녁 어스름
김길종

어두워져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어두워져야 눈 뜨는 것들이 있다
어두워져야 자라는 것들이 있다
어두워져야만 꽃피는 것들이 있다
어두워져야만 빛나는 것들이 있다
아아, 어두워져서야 그리운 것들이 있다


-
괜찮아?
메리 올리버

작은 거미 한 마리가 문 열쇠구멍으로 기어 들어왔어.
난 거미를 조심스럽게 창문에 올려놓고 나뭇잎을 조금 줬어.
그녀가(만일 암놈이라면) 거기서 바람의 그리 부드럽지 않은 말을 듣고,
남은 생을 계획할 수 있도록.

거미는 오랫동안 움직임이 없었어.
밤에 어떤 모험을 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낮에는 움직일 수가 없었는지,
아니면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
아니면 그저 잠든 것이었는지, 모르겠어.

이윽고 거미는 작은 병 모양이 되더니,
방충망에 위아래로 줄 몇 가닥을 만들었어.
그리고 어느 날 아침, 떠나버렸어.

무덥고 먼지 낀 세상이었어.
희미한 빛이 비치는, 그리고 위험한.
한번은 작은 껑충거미가 현관 난간 위를 기어가다가, 내 손에 들어와,
뒷다리로 서서,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운 초록 눈으로, 내 얼굴을 빤히 보았어.
너는 그게 아니라고 하겠지만 진짜로 그랬어.
따뜻한 여름날이었어.
요트 몇 척이 항구 주변을 미끄러지듯이 나아가고 항구는 뻗어나가 대양이 되지.
세상의 끝이 어디인지 누가 알 수 있겠어.
열쇠구멍의 작은 거미야, 행운을 빈다.
살 수 있을 때까지 오래 살아라.


-
옛날의 그 집
박경리

빗자루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휭덩그레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꾹새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 나는 홀로 살았다

다행히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거운 밤에는
이 세상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 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나를 지켜 주는 것은
오로지 적막뿐이었다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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