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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봄호(통권 194호)_공동체탐방_생명평화덕계마을

최고관리자
2023-07-20 16:00 42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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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 생명평화덕계마을에 가다

 

생명평화덕계마을(이하 덕계마을)은 지난여름 마을공동체 활동가들이 모이는 지리산소풍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공동체다. 경남 양산에서 젊은 사람들이 아이들을 같이 키우고 마을을 가꾼다는 말을 듣고, 실상사에 초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공동체운동을 하는 곳마다 젊은 사람들이 귀한데, 이들이 힘을 모아 마을을 가꾼다니 반가움이 앞섰다. 지리산소풍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덕계마을을 찾아뵙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공동체탐방 취재를 구실삼아 덕계마을로 나들이 갔다.

 

덕계마을을 상상했을 때, 읍 소재지와 논밭이 있는 시골마을로 생각했다. 막상 도착해 보니, 양산시 덕계 꽃피는학교주변으로 마을 거점을 두고 활동하는 모습이었다. 마을 주변을 둘러보면 논밭이 보이고 아파트도 많고 울산, 부산과 같은 대도시와 가깝고 가까이에는 공장단지까지 있는 지리적으로 다양한 자원들이 있었다. 지금껏 방문을 해본 공동체 중에 서울의 성미산마을을 제외하고는 거의 농산촌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였기에 도농복합적인 요소를 띈 덕계마을 공동체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첫 탐방지인 마을카페 이음에서 만난 마을 중학교 교사인 우경 님의 정성스러운 환대와 안내로 본격적인 공동체 탐방을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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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계마을 공동체에는 아이, 어른 합해서 150여 명 정도의 식구들이 있다. 150명이라는 사람이 갑자기 모였을 리는 없을 것이다. 15년 전에 양산으로 자리를 옮긴 초등 대안학교 꽃피는학교가 이 공동체의 디딤돌이 되지 않을까 싶다. 꽃피는학교가 이 지역에 생기면서 부모들은 계속 학교를 중심으로 연결되면서 살아온 세월이 있었다. 이 시절까지만 해도 마을공동체에 대한 확장은 없었다. 그런데 2014년 쯤, 정부 주도의 대안교육법제화 대응 활동과 4·16세월호 참사가 학교 중심의 학부모 연대에서 마을공동체로 향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특히 4·16세월호 참사를 겪고, 아이들이 자라날 더 나은 세상을 고심하다 보니, 아이들이 자라날 터전, 마을을 잘 만들어야겠다고 큰 뜻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꽃피는학교 교사, 학부모뿐만 아니라 지역의 각종 시민사회단체들이 힘을 모아 마을을 가꾸기 시작한 것이다. 그 첫 활동은 마을거점을 만드는 일이었다.

 

마을카페 이음

마음이 모아지니 공간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그것도 외부 지원 없이 순수하게 공동체 식구들의 힘으로 만들었다. 공동체 식구들이 출자금을 모아 4천만 원을 만들었다. 페인트칠, 테이블 만들기 등등 카페 공간도 3개월간 식구들의 봉사로 직접 꾸몄다. 아무 대가 없이 마을거점 공간을 만드는 데 십시일반으로 힘을 보탰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공동체 식구들이 편하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간절함이 바로 느껴졌다. 공간이 생기기 전에는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면서 모였는데, 이제는 아이들 목공 수업부터 아이들 놀잇감 만들기 등등 할 수 있는 일들이 공간을 중심으로 넘쳐났다. 또한 이 공간을 통해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게 되니, 지원을 받아 여러 가지 프로그램도 운영하게 되었다. 첫해 1년 동안 지원을 받아 많은 시도를 해보고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리고 한 해를 돌아보는 과정에서 마을거점이 지원사업 중심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마을공동체로서 방향이 맞나? 하는 고민이 생겼다. 공동체 거점공간이 애초에 학교를 중심으로 연결된 마을 사람들이 같이 공부하고, 같이 공동체적 시야를 연구하면서 공동체로서 더욱 끈끈해져가는 역할이어야 했는데, 그 역할을 못 해낸 것이다. 이후 덕계마을은 바로 외부 지원 사업을 다 끊었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어떻게 하면 우리가 진짜 제대로 된 공동체로 나아가고, 우리 아이들을 마을 안에서 잘 이끌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공동체답게 한 걸음 더

첫해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마을거점을 운영했을 것이다. 그 소중한 시간을 보내면서 얻은 것들도 많겠지만, 지원 사업을 활용해 마을을 가꾸는 방식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를 놓치고 있다는 막연한 생각이 자꾸만 올라오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서울의 인수마을과 홍천마을,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마을을 가꾸는 밝은누리 공동체의 경험을 나누게 되고, 밝은누리와 함께 공부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밝은누리 공동체의 최철호 선생님께서 덕계마을 사람들이 진짜 뜨겁다고 느끼신 것 같아요. 서울에서 진행하던 공동체지도력훈련원 프로그램을 부산에서 열어주신 거예요. 마을주민들과 주변 활동가들과 이 과정을 함께 들었어요. 이 시점부터 전환이 된 것 같아요. 뭔가가 뿌옇던 게 맑아진 느낌이었어요.”

 

공동체 식구들이 함께한 1년간의 공부가 덕계마을의 공동체 구심을 찾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마을 사업 활동만으로 채울 수 없는 공동체라는 연대감, 삶을 나누는 돌봄에 대한 배움이 있지 않았을까 한다. 공동체는 관계를 잘 맺는 것이 핵심이 아닐까? 그래서 공동체들은 서로를 돌보고, 끊임없이 배우고 깊이 있게 공부하며 관계를 쌓아가는 것 같다. 그래서 모든 배움의 결과는 관계로 드러나는 게 아닐까?

공동체지도력훈련원 공부를 함께 하고부터 본격적으로 덕계마을로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다 흩어져 살며 차로 이동을 했지만, 지금은 학교를 중심으로 90% 이상이 다 모여 산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모여서 걸어 다니고, 어른들은 늘 만나고 삶을 나누는 이야기를 하고 같이 밥 먹고 기도하는 등등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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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덕중학교

3년 전 만들어져 올해 첫 번째 졸업생이 나오는 밝은덕중학교는 덕계마을공동체에서 만든 대안 중학교다. 초등 과정의 꽃피는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이 있었고, 이 마을에서 살다 보니 정말 좋아서, 아이들을 마을에서 쭉 키우고 싶은 사람들도 있었다. 때마침 마을에 들어온 멋진 청년이 교사를 해보겠다고 마음을 내주었다. 학생과 교사가 있고 학부모의 의지가 크니, ‘학교 공간을 구해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해서 만들어진 학교다. 학교라는 곳이 이렇게 쉽게 만들 수 있는 곳이었나? 덕계마을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마을이란 이름을 가진 역사만 짧지, 이전부터 쌓아온 공동체 문화가 큰 바탕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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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해진 마을거점

사람들이 모이니, 마을거점들도 하나하나 늘어갔다. 카페처럼 품앗이를 통해 다 같이 만드는 공간도 있고, 개인이 운영하는 공간도 있다.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든지, 마을 사람들이 같이 만드는 공간이고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다. 마을공방에서는 어른들과 아이들이 모여서 사부작사부작 무얼 만들기도 하고, 마을책방에서는 학교에서 쓰는 교재나 마을서원에서 공부하는 책들을 구입한다. 마을공방에서는 아이들이 목공 수업을 한다. 방송국에서는 팟캐스트나 라디오 방송을 통해 마을 소식을 전하고, 학교 발표회 촬영 등의 활동으로 마을에 활력을 주고 있다. 마을거점들이 함께 만드는 것도 좋지만, 공동체 식구 중에 뭔가를 하고 싶은 사람이 열정이 올랐을 때 마을에 얘기를 하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고 한다. 공동체 식구들은 서로를 돕기 위해 품앗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 (사진 3)

 

밥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따뜻한 공동체

덕계마을의 큰 특징이라면 모든 공동체 식구들이 함께 저녁을 먹는다는 점이다. 마을밥상이라고 150여 명의 식구들이 함께 밥을 먹는다. 지금은 코로나 상황 때문에 70~80명 모인다. 삶을 공유하는 활동 중에 중요한 것이 먹는 것이 아닐까? 한자대로 한집에 살며 끼니를 함께하는 사람, 식구(食口)가 되는 것이다. 공동체 탐방을 가는 날도 마을밥상이 있는 날로 꼭 맞췄다. 저녁 식사를 하는 잠깐이라도 덕계마을 식구가 되어 환대를 받는다. 함께 밥을 먹는다는 행위는 공동체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공부와 함께 필수 요소다. 공동체를 꾸리고 싶다면 일단 서로의 밥을 챙겨보라 말하고 싶다. (사진 2)

덕계마을은 동학의 유무상자(有無相資)를 실현하는 곳이기도 하다. 마을 사람들이 다 같이 동학 공부를 하고 있을 때였다.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을 돕는 동학의 유무상자를 해보자는 청년의 제안을 받아 시작을 했다. 현대식 유무상자는 온라인으로 투명하게 관리되는 온라인 은행 플랫폼을 활용해 누가 입금하고 누가 쓰는지 알 수가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입금자명은 모두 한사람으로 하는 것이다. 한사람 만 원, 한사람 오천 원, 한사람 이만 원, 이렇게 넣어서 필요한 사람들이 사용한다. 마을카페를 새 단장할 때도 사용하고, 개인적으로 필요할 때 빌려가기도 한다. 빌릴 때는 개인 이름을 적는다. 최근에는 청년 한 명이 이사할 때 사다리차를 빌려 도움을 주었다. 공동체마을을 가꾸는 곳이라면 따라해볼 만한 방식이다. 덕계마을이 음으로 양으로 마을 안에 나눔의 문화가 이어지면서 확장되어 가고 있는 듯하다.

 

더 튼튼한 공동체로서

최근 덕계마을에서는 고등 과정 개설을 위한 논의가 한창 있었고, 이 과정에서 여러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마을이 생기면서 처음으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고 지금도 그 영향이 남아 있다고 한다. 아마도 중등 과정과 달리, 고등 과정은 이후 성인 교육 및 진로와도 상관없지 않은 부분이기에 중등 과정을 만들 때와 달리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인드라망에서도 공동체로 살다보니 이런 식의 갈등 상황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이때 평소에 쌓였던 관계망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 같다. 갈등이 발생했다는 것은 공동체로서 더 성장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건들이 우리 공동체가 정말 단단해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개인의 삶을 계속 돌아보고 그 삶과 공동체의 삶을 맞춰나가는 공부를 하고 따뜻한 밥을 나누는 시간을 보내면 어떨까? 생명평화덕계마을은 관계를 쌓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이야기한다. ()으로서 삶을 나누는 관계는 탄탄해서 부럽기도 하다. 그러면서 함께 깊은 공부를 나누고 세밀하게 삶을 공유하는 태도가 앞으로 이 공동체가 오래오래 유지되는 비결이 되었으면 한다. (사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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