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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봄호(통권 194호)_사부대중공동체의 가치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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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0 16:01 34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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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화경, 공동체의 여섯 가지 화합 원리

 

정웅기 /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운영위원장

 

 

공동체살이 6년 동안 배운 것이 몇 가지 있다. 그중에서도 타인과 관계 맺는 일이 어려움을, 그만큼 소중함을 종종 느낀다. 좋은 인간관계는 세련된 기술이 아니라 내가 먼저 당신에게 좋은 친구가 되겠다는 확실한 마음가짐, 즉 세계관의 전환이 바탕이 되어야 함도 알게 되었다. 불교에서 이상적인 관계는 도반이다. 붓다는 제자들을 같은 길을 걷는 친구 사이로 대했다. 당신 스스로를 스승이나 지도자로 칭하지 않았고 다른 구성원들과 평등하게 어울려 살았다.

 

붓다가 공동체의 화합 원리로 제시한 여섯 가지가 육화경(六和敬)이다. 붓다께서 코삼비 비구들의 분쟁을 피해 아누룻다 등 세 명의 수행자가 머무는 고씽가 사라나무 숲을 찾는다. “그대들은 잘 지내고 있는가?”라는 붓다의 물음에 아누룻다는 “... 저희는 화합하고 상호 이해하며, 우유와 물이 섞이는 것처럼 논쟁 없이 서로를 다정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지내고 있습니다.”라고 답한다. 이에 붓다는 고씽가 수행자들이 잘 어울려 지내는 모습을 칭찬하면서 화합의 여섯 가지 방법에 대하여 설한다. 이 내용이 맛지마 니까야의 꼬삼비 설법의 경(M48)’에 담겼다. 이를 옮겨본다.

1) “수행승들이여, 여기 수행승은 동료 수행자에 대해 여럿이 있을 때나 홀로 있을 때나 마찬가지로 자애로운 신체적 행위를 일으킨다. 이것은 새겨 둘 만한 것으로 사랑을 만들고, 존경을 만들고, 도움으로 이끌고, 논쟁의 불식으로 이끌고, 화합으로 이끌고, 일치로 이끄는 것이다.

2) 수행승들이여, 또한 수행승은 동료 수행자에 대해 여럿이 있을 때나 홀로 있을 때나 마찬가지로 자애로운 언어적 행위를 일으킨다. 이것은 새겨 둘 만한 것으로 사랑을 만들고, 존경을 만들고, 도움으로 이끌고, 논쟁의 불식으로 이끌고, 화합으로 이끌고, 일치로 이끄는 것이다.

3) 수행승들이여, 또한 수행승은 동료 수행자에 대해 여럿이 있을 때나 홀로 있을 때나 마찬가지로 자애로운 정신적 행위를 일으킨다. 이것은 새겨 둘 만한 것으로 사랑을 만들고, 존경을 만들고, 도움으로 이끌고, 논쟁의 불식으로 이끌고, 화합으로 이끌고, 일치로 이끄는 것이다.

4) 수행승들이여, 또한 수행승이 여법한 소득 즉 정당하게 얻어진 것이 있다면, 하나의 발우에 있는 것일지라도, 이와 같이 소득을 남김없이 나누어, 계행을 지키는 동료들과 함께 물건을 사용해야 한다. 이것은 새겨 둘 만한 것으로 사랑을 만들고, 존경을 만들고, 도움으로 이끌고, 논쟁의 불식으로 이끌고, 화합으로 이끌고, 일치로 이끄는 것이다.

5) 수행승들이여, 또한 수행승이 결점이 없고 하자가 없고 섞임이 없고 오염이 없고 자유롭고 방해가 없고 마찰이 없어 삼매에 도움이 되는 계행이 있는데, 수행승은 이와 같은 계행 속에서 동료 수행자들과 함께 여럿이 있을 때나 홀로 있을 때나 계행과의 일치를 도모해야 한다. 이것은 새겨 둘 만한 것으로 사랑을 만들고, 존경을 만들고, 도움으로 이끌고, 논쟁의 불식으로 이끌고, 화합으로 이끌고, 일치로 이끄는 것이다.

6) 수행승들이여, 또한 수행승은 고귀한, 해탈로 이끄는 견해가 있어 그것을 실천하면, 올바로 괴로움의 소멸로 이끄는데, 수행승은 이와 같은 견해에 관하여, 동료 수행자들과 함께 여럿이 있을 때나 홀로 있을 때나 마찬가지로 그 견해와의 일치를 도모해야 한다. 이것은 새겨 둘 만한 것으로 사랑을 만들고, 존경을 만들고, 도움으로 이끌고, 논쟁의 불식으로 이끌고, 화합으로 이끌고, 일치로 이끄는 것이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새겨둘 만한 것으로 사랑을 만들고, 존경을 만들고, 도움으로 이끌고, 논쟁의 불식으로 이끌고, 화합으로 이끌고, 일치로 이끄는 여섯 가지 원리가 있다.” (맛지마 니까야 M48, 전재성 역 567)

 

육화경의 출발이 되는 것은 자애롭게이다. 상대에 대해 자애로운 마음을 내고, 자애롭게 행해야 그것이 서로 간에 사랑을 만들고, 존경을 만들고, 도움으로 이끌고, 논쟁의 불식으로 이끌고, 화합으로 이끌고, 일치로 이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자애롭게 행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아누룻다는 내 하고 싶은 것을 고집하지 않고, 상대가 하고 싶은 일을 따르는 것이 자애롭게의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아누룻다여. 어떻게 그렇게 (자애롭게) 살고 있느냐?”

(아누룻다가 답합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와 같이 내가 나의 마음을 버리고 이 존자들의 마음을 따르면 어떨까?’라고 생각합니다. 세존이시여, 그래서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제쳐두고 이 존자들이 하고 싶은 일을 따릅니다. 저희들의 몸은 여러 가지이지만 마음은 하나입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의 마음은 다 다르지만 마음은 하나입니다.”

 

북방의 <불설식쟁인연경>, 중아함경 제52<주나경> 등에도 여섯 가지 화합 원리가 설해져 있다. 동아시아 불교에서는 이를 육화경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해 수행공동체가 지켜야 할 여섯 가지 화합 원리로 삼아오고 있다.

 

신화공주(身和共住) ; (자애롭게) 몸으로 화합하여 함께 머문다.

구화무쟁(口和無諍) ; (자애롭게) 입으로 화합하여 다툼이 없게 한다.

의화동사(意和同事) ; (자애롭게) 뜻으로 화합하여 함께 일한다.

계화동수(戒和同修) ; (자애롭게) 공동체규칙으로 화합하여 함께 지킨다.

견화동해(見和同解) ; (자애롭게) 견해로 화합하여 함께 이해한다.

이화동균(利和同均) ; (자애롭게) 이익으로 화합하여 함께 균등하게 한다.

 

앞의 세 항목은 공동체가 화합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상호간에 마음의 나눔과 공감대가 먼저 확보되어야 함을, 의 삼업, 즉 삶을 나누는 공감대를 이야기 하고 있다. 이 가운데 몸으로 함께 머문다는 말은 함께 밥을 먹거나, 산책하거나, 농사를 짓거나, 토론이나 대화를 하거나 몸으로 함께 머물며 함께 행하는 것이다. 우리가 몸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에 몸으로 연결되는 것에서 다른 공감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아무리 오랫동안 같은 시공간을 점유하고 있다 해도 몸의 나눔이 없으면 동질감조차 제대로 생기기 어렵다. 이는 갈등의 해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보통의 경우는 누군가와 불편함이 일어날 시 서로 같은 자리에 있거나 마주치려 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어서는 작은 차이나 다툼조차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증폭되게 된다. 비록 큰 의견차와 갈등이 있더라도 서로 같은 자리에 앉을 수만 있다면, 이미 해결 쪽으로 한 발 나아간 것이다. 이렇게 몸으로 함께 머물면서 함께 땀 흘리며 몸짓을 나눌 수 있다면, 서로를 대하는 표정이 부드러워지고, 거기서 마음도 감정도 조금씩 열리며 실마리가 풀린다.

 

두 번째 원리는 다툼을 일으킬 말(험한 말, 욕설, 비난, 뒷담화 등)을 않는 것이다. 신체적 충돌이나 폭력이 현저히 줄어들은 현대사회에서 갈등은 대부분 에서 비롯되고 말로 증폭되고 말로 결말을 맺는다. 다툼의 말을 주고받으면서 제대로 화합하기는 어렵다. 옳고 필요한 내용이라도 때와 장소를 가려 말해야 하며, 남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상대의 잘못 때문에 아무리 화가 나고 섭섭하더라도 나는 최소한 다투는 말은 않겠다고 다짐해야 한다. 일시적으로 그런 마음이 일어나더라도 절대 입으로는 뱉지 않기 위해 애써야 한다. 이런 말의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기도문이나 금언 등을 평소에 함께 염송하는 등 서로에게 부드럽고 도움되는 말의 습관을 들여야 한다.

 

세 번째 화합원리는 뜻을 나눔이다. 가족끼리 사는 것도 쉬운 일만은 아닌데 타고난 기질과 성장배경, 경험이 다른 사람들하고 화합하여 살기는 만만찮은 일이다. 어떤 사람의 경우는 나와 달라도 너무 달라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히고 답답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런 경우일지라도 한자리에 머무는 것을 피하지 않으면서, 입으로 다툼의 말을 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 다음에는 그래, 이것 정도는 같이 뜻을 모아보자로 나아갈 수 있다. 이것이 의화동사의 동사(同事). 공동의 관심사를 정하고 함께 해보는 것이다. 이때의 일은 노동일 수도 있고, 봉사일 수도 있고, 공부와 수행일 수도 있고, 소박하고 작은 나눔일 수도 있다. 상대편과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모색하면서 화합은 깊어간다. 이상과 같이 몸말마음으로 화합하기 위하여 애쓰면 삶의 화합이 이루어진다. 아무리 밉고 보기 싫은 사람이라도 한 자리에 있는 것을 피하지 않고, 서로 다툼이 되는 말을 참으면서, 무언가 뜻을 함께할 수 있는 일을 도모하고 모색할 수 있으면 그것이 참된 화합으로 가는 바탕이 된다.

 

계화동수의 는 공동체 규칙 혹은 약속이다. 함께 규칙을 정하고, 함께 지키는 것이다. 규칙은 함께 만들었을 때 마음으로 승복하고 더 책임 있게 지킬 수 있다. 그러므로 만드는 과정에서 구성원 전체의 의견을 거듭거듭 물어야 한다. 새 구성원이 왔을 때 이미 만들어진 규칙이 있다면, 기존 규칙을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고, 지킬 것인지 의사를 확인함으로써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진 요즘에는 반대의 편향이 나타난다. 내가 동의하여 만들어진 규칙이 아니므로 지킬 수 없다고 거부하는 경우다. 비록 만드는 데 직접 간여하지 않았고,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해도 일단은 공동체에 깃들었다면 앞서 경험한 이들이 만든 규칙을 존중해야 한다. 그런 식으로 규칙이 무너지면 공동체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기존 규칙을 존중해야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고쳐나갈 길도 열린다. 공동체 규칙은 권력과 지위에 관계없이 함께 지켜야 한다. 내가 어른이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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