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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봄호(통권 194호)_지리산소풍 스케치

최고관리자
2023-07-20 16:03 36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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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소풍 스케치_ 23일의 기록

 

놀고 쉬며 하나임을 만끽하다

 

실상사 공동체처럼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삶의 문제들을 함께 모색하고, 해결해가는 사람들이 전국 곳곳에 있다. 이 사람들은 스스로의 공동체를 가꾸기도 하지만, 주변의 마을과 지역 공동체를 함께 가꾸고 있다. 세어 보니, 이런 작은 공동체들이 전국 20여 곳에 있는 듯하다. 이런 작은 공동체들이 많아졌을 때, 우리가 당면한 문제인 기후위기, 기후재난의 대안인 탈성장 시대로 나아가는 초석이 되지 않을까 한다.

지난여름 공동체를 가꾸며 사는 10여 개의 작은 공동체와 공동체 활동가들이 지리산소풍이라는 이름으로 실상사에 모였다. 참석한 공동체들마다 각기 다른 지역에서 비슷하면서도 다른 활동을 하고 있지만, 공동체로 살아가는 삶이 소중함을 공감하는 시간이었다. 공동체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소풍에 함께한 10여 개 공동체와 지리산소풍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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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리산소풍에는 실상사 공동체와 같은 불교 수행 공동체로는 정토회행복한마을이 참석했다. ‘정토회30년 이상의 역사와 전국적인 대중이 함께하는 수행 공동체다. 법륜스님을 지도법사로 모시고, 즉문즉설, 에코붓다, 평화재단 등의 활동을 통해 스스로 자기인생의 주인으로 행복한 삶을 살기,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지향하기, 하나뿐인 지구를 살리는 환경활동, 나와 이웃이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복지활동,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한다. 

행복한마을은 명상과 생활, 자족경제, 사회적 기능이 어우러진 마을로서 삶과 명상이 일치되는 진정한 행복을 실현하는 마을을 추구한다. 육바라밀의 삶을 현대적 해석으로 공공생활이라고 하며, 나랑 명상센터, 베지나랑 공양간, 공동 주거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자립경제와 지속가능한 삶에 힘쓰고 있다. 거창에 있는 행복한마을에는 채식식당 베지나랑, 공동 수행 공간, 공동 주거 공간을 이루며 알찬 공동체 생활 중이다.

기독교 중심의 공동체로서 예수살이공동체산위의마을이 참석했다. ‘예수살이공동체1998년 설립된 가톨릭 신앙인들 공동체다. 예수님의 삶을 본받아 소유로부터 자유, 가난한 이와 함께하는 기쁨,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투신의 정신을 실행하려 한다. 도시에서는 대안운동을 농촌에서는 공동체 마을이라는 두 방향에서 살아가고 있다. 농촌생활의 공동체 마을인 산위의마을산 위에 있는 마을은 드러나게 마련이다.”라고 하신 예수의 말씀에서 이름을 따온 충북 단양에 있는 공동체다. 신앙 활동 못지않게, 축산과 유기농업 활동에 힘쓰며, 무소유의 삶을 통해 예수살이 영성을 실천하고 있다.

실상사에 실상사작은학교라는 대안학교가 있듯이, 학교와 교육을 중심으로 마을을 가꾸는 작은 공동체들도 있다. 충북 제천의 간디공동체와 순천의 사랑어린마을배움터’, 양산의 생명평화덕계마을이다. ‘간디공동체는 제천 간디학교가 중심이 되어 제천 덕산면 일대를 마을공동체, 생명·평화 운동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활약하고 있다. 대안학교인 간디학교 외에도 지역 아이들을 위한 지역아동센터 누리꿈터, 지속가능한 마을을 꿈꾸는 주민 모임 마실’, 지역사회에 활력을 주기 위한 마을기업으로 마을여행사, 마을공방 등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간디교육문화센터를 열어 마을공동체 거점 공간을 운영 중이다.

사랑어리다는 사랑이 바탕이 되어, 어디에나 무엇이든 사랑이 배어 있는 모습을 뜻한다. 사랑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말하는 사랑어린마을배움터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는 정신을 지향하며, 아이에서 노인까지 함께 어울려 놀면서 크는 법을 나누고 있다. 초등 9학기제 사랑어린학교, 청소년 고등과정 사랑어린마을인생학교, 사립공공 관옥나무도서관, 마을 문화예술 공간 순천(順天), 청년공동체 마을인생협동조합 등의 활동을 하며, 현재 50여 가구가 마을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생명평화덕계마을은 경남 양산의 구도심에 있는 시골마을이다. 마을 안에는 초등 대안 꽃피는학교와 중등 대안 밝은덕중학교도 있으며, 학교라는 공간을 넘어 마을공동체의 필요성을 느끼고, 삶을 나누고 배움을 함께하는 공동체를 꾸리고 있다. 마을카페, 마을방송국, 마을공방, 마을책방 등등 다양한 마을 거점에서 배움과 경험을 통해 자족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지리산소풍에 참석한 많은 공동체들이 농촌을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그중에도 농사를 중심으로 하는 공동체로 변산공동체가 있다. 19952월에 충북대학교 철학교수였던 윤구병 선생이 실험학교 변산공동체학교로 시작한 공동체다. 일과 놀이와 공부가 하나라는 교육 철학으로 아무 것도 버릴 것 없고 아무도 버림받지 않는 삶터 만들기를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는 15명 안팎의 식구들이 유기농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하며 살고 있다.

지리산소풍에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농촌 지역 공동체 중에 역사가 깊고 여전히 활발하게 움직이는 홍성공동체도 있다. 60년 역사의 풀무학교를 중심으로 유기 농업과 축산으로 순환농업을 하고 지역사회와 학교가 함께 만드는 마을을 모토로 하는 홍성공동체는 협동조합, 마을조직 등이 50여 개나 되는 협동과 협력의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마을이다. 씨앗도서관, 청년농장, 어린이집, 만화방, 지역아동센터, 신협, 의료생협 등 작은 공동체에서 할 수 있는 온갖 모습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현재까지도 마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마을활동가들이 애쓰고 있다.

도시에도 마을공동체를 가꾸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 마포구에 성미산을 둘러싼 크고 작은 70여 개 커뮤니티 네트워크를 일컫는 성미산마을이다. 1994년에 전국 최초로 협동조합형 어린이집이 만들어졌고, 성미산 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 활동과 투쟁의 경험에서 이웃과 마을 주민이라는 공동체의 중요성을 확인하면서 마을 활동에 필요한 여러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었다. 현재는 더욱 다양해지고 넓어진 연결망으로 마을의 지속가능성을 찾고 있다.

밝은누리공동체는 도시 따로 농촌 따로가 아닌 도시와 농촌 마을을 서로 살리는 공동체다. 서울 강북구 인수마을에는 공동체가 운영하는 어린이집, 마을배움터, 마을카페, 마을서원, 마을공방, 마을밥상에서 서로를 돌보는 150여 명의 공동체 식구들이 있고, 강원도 홍천 밝은누리에는 생동중학교와 고등대학 통합 과정인 삼일학림을 중심으로 100여 명의 공동체 식구들이 살고 있다. 함께 공부하고 함께 밥을 나누고 함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농도공생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신기하게도 10여 개의 작은 공동체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그러나 공동체 방식으로 살아가고, 공동체 밖의 세상을 가꾼다는 점은 모두 같다. ‘지리산소풍으로 이 분들을 모시려는 이유는 길지 않은 공동체운동 역사 속에서 굳게 공동체를 지켜와 주신 이들이 고마웠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공동체를 가꾸는 사람들이 크게 소진되지 않고 행복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일 년 중 23일 정도는 실상사 툇마루에 모여 앉아, 편히 쉬고 서로 격려하며 희망을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지리산소풍을 열었다. 또한 지리산을 품고 있고, 사부대중 공동체와 산내 지역 마을공동체가 살아 있는 실상사라는 곳이 전국의 마을공동체 활동가들이 모이기에 걸맞는 곳이기도 하다.

 

지리산소풍은 크게 세 가지 섹션으로 준비했다. 1일차 저녁은 공동체 소개와 활동가들이 인사하는 첫 번째 야단법석’. 두 번째는 2일차 소풍 프로그램으로 아침울력, 아침을 여는 법석, 실상사 농장살이, 도법스님과 차담, 스님과 참선, 약수암 산책, 산내 마을공동체 탐방, 뱀사골 물놀이, 불멍&곡차 한 잔. 3일차는 마을공동체에서 희망 찾기라는 주제로 두 번째 야단법석시간이다. (사진 2)

지리산소풍의 1일차 야단법석은 도법스님의 여는 말씀으로 시작했다. 공동체살이가 힘든 까닭은 우리가 공동체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배우지 않아서였다. 힘들더라도 공동체로 살겠다고 마음을 낸 사람들이니 우리 스스로를 위해, 세상을 위해서라도 희망이고 대안은 공동체라는 점을 잘 알려 달라 하셨다. 도법스님의 인사말 후 실상사 선재집에 모인 마을활동가 70여 분은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지리산소풍 2일차는 종일 지리산과 산내마을, 실상사 공동체를 경험하는 시간이다. 전국의 마을공동체 활동가들은 실상사와 산내마을에 흩어져, 일상을 떠나 여유와 쉼의 시간을 가졌다. 저녁 시간이 되어 즐겁게 하루를 보낸 마을활동가들의 얼굴을 보니, 어제보다 더 맑고 밝아 보인다. 지리산소풍 3일차가 되니, 그동안 함께 먹고 놀았던 시간만큼 공동체 활동가분들이 친척집에서 만난 사촌 언니, 누나, , 동생 같이 느껴진다. 마지막 공식 일정인 두 번째 야단법석시간이다. ‘마을공동체에서 희망 찾기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희망뿐만 아니라 힘든 점도 자연스레 이야기하는 소통의 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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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작은 공동체들이 모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80여 명의 마을공동체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이 오가며 먹을거리와 잠자리를 내어주는 공동체 운동의 큰집인 실상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상사의 큰 품에 다시 한 번 감동한다.

작은 공동체들을 모아 보자 했을 때, 어떠한 결과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공동체로 살아가는 분들을 잘 모시는 일이 전부였다. 전국의 마을공동체 활동가들은 23일 동안 함께 먹고, 자고, 놀다 보니, 공동체살이가 어렵지만 소중함을 공감했다. 또한 작은 공동체들이 세상의 희망이 되기 위해서 공동체를 가꾸어야 하는 일도 필요하고, 지속가능하기 위해 함께 풀어가야 할 어려움들도 이야기되었다. 우리가 실상사라는 큰 품 안에 다시 만난다면 작은 공동체들이 세상의 희망이 되기 위해 조금 더 큰 공동체로 모일 수 있지 않을까? 어려움과 한계를 극복하는 의기투합을 하면 어떨까? (사진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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