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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봄호(통권 194호)_인드라망 운동의 현재

최고관리자
2023-07-20 16:06 36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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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생명-생명평화운동과 함께 걷는 인드라망생명공동체를 위하여!

 

이정호(인드라망생명공동체 정책위원장)

 

 

실상사의 모델은 대중화하기 어렵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가 시작될 때 실상사의 사부대중공동체와 마을공동체는 활동가들의 머릿속에 있었던 막연한 바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여 년 우여곡절을 거쳐, 우리는 사부대중공동체와 마을공동체의 염원을 실상사 모델의 형태로 구체화하였습니다.

지난 20여 년은 소위 실상사 모델을 향한 노력에 집중했습니다. 반면 향후 인드라망운동의 방향은 이 모델을 대중과 공유하고, 보편적 운동 모델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20여 년 모색했다면, 향후 20여 년은 그것을 대중과 함께하는 과정이지 싶습니다.

많은 불자 대중들과 뜻있는 시대 대중들은 인드라망운동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두 가지의 의문을 가지고 그랬습니다. 하나는 소위 사부대중이 함께하는 실상사 모델은 가능한가라는 의문입니다. 둘은 설혹 그것이 가능하더라도 다른 사찰에도 적용 가능한가라는 의문입니다.

첫 번째의 의문은 사부대중공동체가 과연 현실 속에서 가능하겠는가라는 의문입니다. ‘그러면 좋지만, 되겠어?’라는 의구심입니다.

지난 1994년 이후 언어로만 조계종의 사부대중공동체의 염원이 대중들에게 소개되었습니다. 조계종 개혁불사의 과정에서 사부대중의 힘과 지혜를 모아서, 당시의 난국을 타개하자는 방안으로 제안되었습니다. 다행히 시절인연이 되어 개혁불사는 진행되었습니다.

그래도 많은 불자 대중들은 그 원칙은 중앙 단위에서 대중 동원의 방편으로 유용성은 있으나, 일상적인 불교 활동의 원칙으로 구체화되는 것은 차이가 있겠다고 보았습니다. 지난 20여 년 인드라망과 실상사의 발걸음은 대중 동원의 슬로건으로만이 아닌 불교 일상 문화로서 사부대중공동체를 향했습니다. 실상사의 모델은 이러한 노력을 한 축으로 품고 있습니다.

두 번째의 의문은 그것은 실상사만이 가능한 것이야!’라는 강한 대중적 믿음에 기인합니다. 도법스님과 인드라망의 활동가들이 만들어낸 특이한 사례라는 평입니다. 실상사만의 특별한 경우라는 것은 보편적 모델이 아니라는 것이며, 나아가 보편성을 띌 수 없는 모델은 불교 대중운동의 모델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지난 20여 년, 인드라망은 묵묵히 이 두 가지 의문에 직면하며 걸어왔습니다. 그리고 현대 불교사에 있어서 처음으로 실상사 모델을 만들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걸음에 대하여 잘 정리해 보고, 그것이 좋다고 느끼면 성심껏 대중과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한 때입니다.

다음과 같은 마음가짐이었으면 합니다. 싯다르타의 깨달음은 인간이 증명한, 깨달음이 가능하다는 증거였습니다. 인류의 첫걸음이었습니다. 그래서 후세들은 그것이 가능함을 믿게 되었습니다. 실상사 모델은 그것이 특별한 무엇이 아니라, 어느 사찰이나 사부대중들의 노력으로 가능하다고 증명한 것입니다.

 

시대적 고를 붙잡고, 실상사 모델을 실험하다. 

인드라망과 실상사는 올바른 불교(정법불교)를 향하고, 한편으로는 불교의 시대적 역할에 대면하기로 했습니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는 시대를 성찰하면서 이분법적 세계관과 그에 따른 죽임의 문명에 대하여 진단하였습니다. 그리고 생태적 대안문명의 길을 걸었습니다.

실상사는 주변의 조손가정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했으며, 사찰 유휴지 땅을 개간하면서 실상사농장을 통한 지역 사찰의 역할을 모색했습니다. 이런 성찰과 노력들이 전국귀농운동본부의 이병철 선생님과의 만남을 통해 불교귀농학교실상사귀농학교로 나아갔습니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는 실상사작은학교생활협동조합그리고 한생명을 통한 마을공동체 활동으로 보폭을 넓혔습니다.

당시의 가장 큰 시대적 고통은 지속가능성의 위협이었습니다. 지금은 한층 더 진전되어 기후위기라는 말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실상사사부대중공동체는 실상사 종무소와 백장암 그리고 당시의 화엄학림과 실상사농장, 실상사작은학교, 한생명의 대중들이 함께 실상사운영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진행되었습니다. 형식적 회의 체계가 아니라, 실상사가 불교 내외적으로 나아갈 방향과 지역사회에서의 역할이 이 회의 체계를 통해서 논의되고 결정되었습니다.

지난 20여 년간 많은 부침과 에둘러감 그리고 회의와 숙고들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 원칙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생명운동다양한 생명들그리고 생명평화운동

인드라망생명공동체가 사회적으로 펼치는 운동을 우리는 생명평화운동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근대적 생명운동은 장일순 선생님과 김지하 선생님, 박재일 선생님 등의 한살림선언을 통해 세상에 제안되었습니다. 그리고 한살림선언은 한편으로는 대안문명을 향한 사상혁명협동을 통한 생활혁명의 방법으로 역사를 시작했습니다. 생명운동에 대한 호명은 엄혹한 독재시대에 생명의 저항을 움트게 했습니다. 기나긴 겨울의 시대에서 새로운 시대로의 꿈을 시작했습니다.

생명운동에 대한 반응은 그야말로 다양한 생명 현상과 조우합니다. 생명 현상은 한편으로는 독재에 대한 저항으로, 한편으로는 대안을 향한 몸부림으로 나타납니다. 다양했습니다. 화엄동산을 이루어 갔습니다.

인드라망운동은 지리산 실상사에서 움텄습니다. 최초의 선불교 가람에서 출발했습니다. 지리산이라는 역사적 공간(삼국시대의 변방, 근현대의 아픔의 공간)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확인하고 그것의 평화로운 공존을 향한 시대적 모색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리산 실상사는 90년 선우도량의 올바른 수행자상 정립과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모색한 흐름에서 사회화의 첫발을 딛었습니다. 1999년 인드라망은 시대적 과제를 대안문명의 개척으로 삼았습니다.

1990년대 후반 우리 사회는 정말 다양한 흐름으로 생명에 대한 움틈을 시작했습니다. 1992년 리우회의 이후 그동안 지체되었던 반공해적 사회반응은 다양하게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으로 진화하고 있었습니다.

1987년 민주항쟁 이후, 생명에 대한 사회경제적 지체요인이 비로소 깨지게 됩니다. 생명의 가치에 대한 눈뜸은 죽임의 문명을 만들어낸 현대의 이분법적 세계관과 물질주의적 생활 방법에 대한 광범위한 대중적 의심으로 공진화하고, 현대 문명을 넘어설 필요성을 인식케 했습니다.

유기농업운동에서, 협동조합운동에서, 귀농운동에서, 대안교육운동에서, 마을운동에서, 유전자조작에 대항하는 과학기술운동에서, 마을운동에서, 지역자치운동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생명평화의 가치는 생겨납니다. 이를 지리산운동과 생명평화탁발순례는 생명평화라는 언명으로 정식화합니다. 꼭 같지는 않지만 탁발순례를 거치면서, 다양한 대중들은 생명평화라는 말을 쓰게 되었습니다.

 

함께 걷는 길 그리고 인드라망생명공동체의 역할

2022년 다양한 생명-생명평화운동들은 함께 걷고 있습니다. 주변 상황에 따라 다소 주춤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사회정치적 환경과 전 세계적 팬데믹으로 주춤거림과 새로운 성찰의 시기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우리의 걸음은 멈추지 않습니다.

생명평화의 가치는 함께하는 것입니다. 역사 속에서도 공동체운동은 있어 왔습니다. 지금까지 있어온 다양한 공동체운동과 기후위기 시대를 사는 생명평화공동체운동은 조금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전의 공동체운동은 개인들이 살기 위한 협동이었습니다. 흩어져서는 약한 개인들이 살아남기 위해 협동을 택했습니다. 내가 사는 방법이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는 모두를 살리기 위한 협동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인류의 공멸에 대한 위기의식의 반응이기도 하고, 관계적 세계관에 입각한 자연스러운 선택이기도 합니다.

이제 생명평화운동에 있어서 새로운 공동체의 주체들은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소수의 실험은 가치와 방향에 집중했습니다. 그것의 대중화와 사회화는 전면화되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역사적 흐름에 대한 판단을 필요로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이촌향도를 진행했습니다. 농촌공동체의 파괴와 도시의 파편화된 개인들을 특징으로 합니다. 전자를 통해 후자를 완성해 갔습니다. 큰 흐름은 이러합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 공동체의 경험은 1980년대 이후 새로운 시도를 합니다.

학생들은 학생회와 동아리를 통해 노동자는 노동조합을 통해, 농민들은 농민회를 통해 그리고 도시의 시민사회단체들은 개별화되어 있던 개인들을 새롭게 사회적공동체의 경험을 축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의 사회적경제 조직과 마을공동체 조직은 도시 대중들의 삶도 사회적 공동체로 조직 가능함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새로운 사회적 공동체는 그들의 생활과 경제적 이익 그리고 사회정치적 요구를 집약하는 방법으로 재조직되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40대 후반에서 60대 중후반의 세대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새로운 사회적 공동체의 가치를 경험하였습니다. 이 과정은 그들을 근대적 시민으로 성장시켰습니다. 그들의 공간은 도시였습니다. 그 경험은 그들을 산업화민주화의 주역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같은 과정은 이 세대가 진행한 20대 이후의 1의 사회적 진출과정이었습니다.

이제 이 세대는 직장에서 가정과 지역사회로 돌아갑니다. 새로운 사회적 진출이 필요합니다. 이 세대는 대략 3-40년이라는 사회적 활동의 기간을 갖게 됩니다. 최초의 국민연금을 가진 가난하지만은 않은 혹은 자산이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사회로 몰려나옵니다.

앞으로 기후위기와 생태적 시민사회를 향한 과정은 이 세대들의 사회적 선택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이들은 도시 한 귀퉁이에서 자신의 노년을 설계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들은 전국으로 흩어질 것입니다. 국민연금은 그들이 어디에 있던 지급될 것입니다.

이 세대들을 생태적 시민사회의 제1세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이들과 함께 삶을 되돌아보고 성찰하고, ‘생태적시민이라는 일생의 가치에 대한 토론이 필요합니다.

실상사사부대중공동체와 실상사마을공동체의 경험이 이들과 함께 토론할 토양이 될 수 있을까요? 인드라망의 20년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 과정이었다고 판단합니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의 향후 20년을 위한 과제는?

두 가지의 차원에서 과제를 상상합니다.

하나의 차원은 실상사사부대중공동체와 실상사마을공동체의 사회경제적 네트워크 형성입니다. 지금까지 인드라망의 경험은 사상적, 이념적 관계망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구성하였습니다. 이러한 곳에는 젊은 세대와 좀 더 사회적 약자들은 깃들기 어렵습니다.

지속가능한 사부대중공동체와 마을공동체를 위해서는 사상·이념적 관계망과 더불어 사회경제적 관계망의 존재가 함께 공존해야 합니다. 몇 가지 방향성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실상사 유역은 불교 및 인드라망생명공동체 활동과 관련된 사회경제적 관계망을 충분히 활성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상사를 방문하는 관광객은 1년에 4만 명에 달합니다. 이들에게 실상사사부대중공동체와 마을공동체에 대한 안내를 담당할 방문센터의 존재를 구체화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실상사의 임야를 활용한 산살림사회적경제기구를 통해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 번째로는 4-60대의 회향하는 삶을 모색하는 은퇴 세대들과 함께 경제적 자립공동체에 대한 구상을 시작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회경제적 관계망이 준비될 때, 청년 세대와의 소통과 연대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둘째 차원의 과제는 인드라망생명공동체와 실상사 유역이 모든 세대에게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교육과 소통의 장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의 방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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