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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봄호(통권 194호)_붓다공부방

최고관리자
2023-07-20 16:19 33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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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삶에서 내가 배운 것들

 

석승억


나는 불교에 대한 지식과 견해가 미천하다. 그런데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15년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대안적 삶으로써의 공동체를 추구하며 현재 실상사 사부대중 공동체에서 붓다의 가르침을 통해 변화된 삶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더 나은 세상은 더 나은 나를 포함하고 있다. 더 나은 나는 수행을 통한 삶의 변화와 깊은 관계가 있다고 본다. 적어도 불교 공동체 안에서 내가 변화의 역할 모형으로 삼아야 할 대상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코 부처님이 아닐까? 그런 발심 때문인지 부처님의 생애라는 책과 인연이 닿았다.

 

불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부처님의 삶을 본받아 부처님처럼 살아가는 삶을 목표로 삼고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부처님의 삶을 바르게 본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처님의 삶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인연 닿아 공부하게 된 불교 서적, 부처님의 생애라는 책을 여러분께 추천하며 부처님의 삶 속에서 내가 경험하고 배운 것들이나 깊은 인상으로 남았던 장면을 함께 나누어 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나의 경험이 가치 없이 휘발되지 않고, 우리 모두의 지혜인 집단지성의 보따리 속에 담길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우선, 본문이 시작되면서 등장하는 바라문 청년 수메다의 이야기를 통해 초발심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다. 수메다는 부처님으로 탄생되기 이전 생으로써, 늙음과 질병과 죽음은 물론 두렵고 무서운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세상 밖의 학문을 배웠다. 어느 날, 어머니의 병환 소식을 듣고 귀향하던 길에 디빵까라 부처님을 만나게 된다. 이때 수메다는 저도 당신처럼 부처님이 되게 하소서. 혼자만의 평안은 바라지 않습니다. 눈길과 발길이 닿는 곳마다 고통과 공포가 사라져 모든 이들이 행복을 누리게 하소서. 하늘 위, 하늘 아래 모든 세계에서 중생을 건질 수 있는 지혜와 공덕을 갖추게 하소서.” 하고 초발심을 일으킨다.

 

처음 마음을 끝까지 이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는 경험했을 것이다. 술과 담배는 10, 고기와 밀가루, 설탕 그리고 정제 탄수화물인 백미와 과자류, 화학조미료 같은 것들은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완전히 끊고 현미 채식만을 고집했던 나 역시, 처음 마음을 끝까지 이어가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 부처님은 그 어려운 초발심을 한 생의 끝이 아니라 백겁의 길고 긴 시간 동안 유지하고 추구함으로써 결국 해탈·열반의 성도에 이르신 분이다.

 

나는 공동체가 미래의 대안이라는 처음의 믿음과 실천을 얼마나 잘 유지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런 나의 신념과 믿음을 위해 어떤 각오와 노력을 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뒤돌아보게 만든 본문이 있다. 수메다는 디빵까라 부처님과 만남 이후 나는 반드시 부처님이 되리라. 허공에 던져진 흙덩이가 땅으로 떨어지듯 나는 반드시 부처님이 되리라. 짙은 어둠이 끝나면 태양이 솟아오르듯 나는 반드시 부처님이 되리라. 깊은 잠에서 깨어난 사자가 포효하듯 나는 반드시 부처님이 되리라. 짊어진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듯 나는 반드시 부처님이 되리라.” 하고 노래하였다.

 

무언가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확고부동한 목표 의식은 이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만드는 강력한 동인이라 단언한다. 잠에서 깨어난 사자가 반드시 포효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허공에 던져진 흙덩이는 반드시 땅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어둠이 끝나면 다시 태양이 떠오르는 현상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수메다는 당연한 자연법칙과 연관 지어 자신의 깨달음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자신의 목표와 그 목표의 성취를 받아들이고 당당히 나아가는 실천은 초발심과 함께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메다의 초발심은 백겁의 시간 동안 이어져 결국 목표했던 부처님이 되는 동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목표를 세우고 포기하기를 반복한다. 누구는 작심삼일이라고 비아냥거릴 수도 있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작심삼일이 열 번이면 한 달이 가고 백 번이면 일 년이 간다. 열 번이고, 백 번이고 마음을 고쳐먹다 보면 끝내는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 관건은 처음 먹은 마음을 끝까지 놓지 않는 것이리라. 초발심을 끝까지 붙들고 놓지 않으려면 초발심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은 모두 내려놓는 현명함이 필요하다고 본다. 내려놓음은 오직 목표에 집중하여 한 길을 유지하고 미련한 소처럼 꾸준히 밀고 나아가는 성실한 실천의 덕목이기 때문이다.

 

성서에는 부자 청년 이야기가 나온다.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거짓으로 증언하지 말라.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모든 계명을 어려서부터 지켜온 부자 청년이 예수님께 다가가 진지하게 물었다. “선하신 선생님, 내가 영생을 얻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그러자 예수님은 가서, 네가 가진 모든 것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나를 따르라.”고 한다. 그러자 그는 울상을 짓고 근심하면서 예수님을 떠나갔다.

 

성서의 부자 청년 이야기는 부자가 영생을 얻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는 의미로 사용되곤 한다. 하지만 수메다는 초발심을 이루기 위해 성서의 부자 청년이 실천하지 못하고 돌아간 그 일을 자발적으로 해내고 깨달음을 향해 나아간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가진 것을 모두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영생을 향해 나아갈 때 영생을 얻는다면 수메다는 당연히 영생을 얻어야만 한다.

 

세상은 병들어 있었다. 놀랍게도 사람들은 고통으로 신음하면서도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이 병을 치유할 의사는 없을까? 병이 있다면 그 병을 치유할 방법도 있으리라. 모든 고통에서 벗어난 안온한 세계는 없을까? 길이 있으리라. 아니, 있어야만 한다. 나는 그 길을 찾으리라.’ 수메다는 자기 몫의 재산을 가족과 친지,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길을 떠났다. 세상의 학문으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풀기 위해 눈 덮인 깊은 산속으로 향했다. 그리하여 세상 밖의 학문을 배웠다.

 

본문은, 수메다가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웃에게 나누어주고 나를 따르라.’는 예수님의 주문을 실천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수메다는 안온한 세계라는 영생의 세계 즉, 해탈·열반의 세계를 위하여 자기 몫의 재산을 가족과 친지,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구도자의 길을 떠난다. 성서에서 말하는 영생이나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열반이 같은 의미의 다른 단어라면 탐진치의 욕망을 부여잡은 부자 청년과 탐진치의 욕망을 내려놓은 수메다의 이야기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내려놓음이야말로 깨달음이라는 하나의 목표에 집중함으로써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나는 부처님을 해탈·열반이라는 깨달음의 복을 스스로 받아 누리신 분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스스로란 의미는 내려놓음이라는 자기 결정과 실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세워놓은 목표 이외의 모든 것을 스스로 내려놓고 앞을 향해 나아간 자기 승리의 결과라는 말이다. 따라서 내려놓음은 포기와 완전히 다른 피나는 노력과 희생의 결과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철저한 의식 속에서 자기 주도적 선택과 노력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2014년 제주도에 있던 에미서리 공동체에서의 삶을 시작할 무렵 나는 나의 나다움을 살아낼 방법으로 받아들임과 수용이라는 키워드를 화두로 선택했다. 그리고 대를 이을 억만장자라는 내 이름대로 살기 위해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노력하던 오랜 과거의 방식을 내려놓고 흐르는 물살에 몸을 맡기며 살기로 했다. 훗날 노장사상의 영향을 받아 나름의 확신을 세우고 받아들임과 수용에 애를 써 보았지만 쉽지는 않았다. 꿈도, 목표도 없이 표류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잠깐씩 맛보았던 내려놓음과 수용의 짧은 경험들은 내 영혼의 쉼을 가져다주었지만 나는 경험의 교훈을 무시하고 에고가 원하는 바에 따라 사회와 관습의 요구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때 실상사와 인연이 닿았고, 잠깐의 갈등기를 거치며 받아들임과 수용이라는 삶의 방식과 수행의 방향을 목표로 세우게 되었다. ‘꿈 깨는 인생 학교내 인생의 34에 참석한 이후 나의 화두에 점차 확신을 얻었고, 수메다의 초발심과 내려놓음은 결단을 세우게 했다. 이제, 받아들임과 수용은 내 삶의 지향점이면서 수행의 방향이기도 하다.

 

수메다는 태자 싯다르타로 태어났고 야소다라와 결혼도 했다. 그리고 라훌라 왕자의 탄생을 축하하던 그날 밤, 깊은 생각에 잠긴 태자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태자는 어떤 나그네를 생각하고 있었다. 나그네는 코끼리를 만나 도망치고 있었다. 나그네는 등나무 뿌리를 타고 말라버린 우물 속으로 내려갔다. 우물 아래는 네 마리의 독사가 입을 벌리고 있었고 우물 위에는 성난 코끼리가 있었다. 그러나 잡고 있던 등나무 뿌리도 쥐들이 갈아먹고 있었다. 그때 달콤한 꿀이 입속으로 흘려들었다. 바람에 벌들이 쏟아져 나와 쏘아대고 있었다. 그러나 또다시 입속으로 꿀이 흘러들기를 바라며 나그네는 눈을 감아버렸다. 태자는 이 나그네와 자신의 처지가 다를 바 없다고 여기고 있다.

 

코살라 국에 예속되어 있던 까삘라의 작은 왕국. 태자의 왕국은 성난 코끼리와 독사, 쥐들이 우글거리며 잡아먹을 듯 눈을 부라리며 군침을 흘리듯 강한 주변국에 둘러싸인 약소국이었다. 정치적으로 불안했던 그곳에서 그가 누리던 우월적 지위는 마치 눈을 감고 몇 방울의 꿀맛에 젖어 있는 나그네와 같아 보인 모양이다. 나그네의 어리석은 안수정등(岸樹井藤)에 대하여 나는 고통과 불안 속에서 달콤한 꿀맛에 안주하며 만족하지 않으리라.’와 같은 굳은 결심을 세우고 떨쳐 일어난 것은 아닐까? 이를 증명하듯 나그네를 상상한 직후 태자는 아내 야소다라와 왕자 라훌라를 남겨놓고 출가를 단행한다. 그리고 늙고 병들어 죽어야만 하는 이 고통과 근심을 해결하지 못하면 돌아오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한다.

 

적은 비용으로 물건을 만들어 더 많은 이익을 얻는 것, 이를 위해 적은 임금으로 사람을 고용하여 더 많은 일을 시키고 그렇게 얻은 이익을 자기 곳간에 쌓아두는 경제방식을 우리는 자본주의라고 부른다. 한쪽에선 부를 쌓아두고 다른 쪽에는 부채를 양산하는 자본주의 경제가 인간의 삶을 얼마나 처참하게 만드는지 나는 경험해 보았다. 또한, 성공이라는 목적을 위해 부당함에 말을 아끼고 눈을 감아본 경험도 많다. 나는 이런 이기적 자본주에 수탈당하며 부역하고 싶지 않았다. 파괴적 삶의 방식에 더는 눈을 감고 싶지 않았다. 그런 고민은 연대와 협력을 근본 바탕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공동체를 내 삶과 현대 모든 인류의 대안으로 여기고 동참을 결심했다. 그리고 벌써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선한 목적이라는 생의 큰 방향을 정하고 발심하는 마음과 이 초발심을 끝까지 유지하는 근기,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한곳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모조리 내려놓는 결단, 그리고 목적한 바를 과감하게 결행하는 실천력. 이것이 깨달음을 이루신 부처님에게서 내가 얻은 값진 교훈이다. 다만 부처님처럼 더 큰 목표와 결심을 세웠더라면 좋았겠지만, 영성과 공동체를 삶의 이정표로 삼고 살아가는 것도 대도의 길이라 위안 삼아 본다. 영성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며 각자의 본성을 찾기 위해 서로 돕고 탁마해가는 과정은, 어쩌면 현대를 살아가는 나에게 가장 이상적인 수행의 방법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불교이면서 영성 공동체이고 또 생명·평화 사상을 표방하는 시민단체이기도 한 실상사 사부대중 공동체15년간 찾아 헤매던 나의 맞춤 자리라는 생각이 든다.

 

부처님께서 선정에 드시듯, 내려놓음과 수용을 삶의 방식 수행의 방향으로 삼고 나는 오늘도 필요한 연장을 들고 삶의 자리에서 묵묵히 나의 맞춤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자기소개: 석승억

20대 중반에 사업에 실패하고 자살을 시도하던 중 신이 있다면 나를 태어나게 한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고 생각하여 나를 찾는 길에 올랐다. 30대 초반에 사업 실패와 채무의 경험을 토대로 IMF의 피해자인 과중채무자의 자조모임을 거쳐 신용사회구현시민연대를 만들었다. 채무자 양산 방지, 재기 지원, 채권·채무자의 형평을 위해 10여 년간 활동했다. 개인회생·개인파산 법의 입법 활동을 끝으로 채무자를 양산하는 자본주의의 대안적 삶으로써 공동체를 선택하고, 일상의 삶을 통해 15년째 공동체 운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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