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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여름가을호(통권 195호)_고정물_계절 품은 농사 이야기_흙을 알면 농사가 보인다 ― 오창균

인드라망관리자
2023-11-02 10:37 9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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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알면 농사가 보인다


오창균

 

5억 년 전, 물 위를 떠다니던 생명체가 육지로 올라왔다.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 이끼와 지의류 地衣類 . 곰팡이는 조류의 광합성으로 만들어진 당분을 에너지로 이용하여 딱딱한 바위를 분해하고, 식물 뿌리처럼 균사를 뻗어 물과 양분을 흡수하여 이를 조류와 나눈. 이 공생체를 지의류라 한다.

 

분해된 바위는 잘게 쪼개져 알갱이가 되고, 이끼와 지의류의 사체는 유기물이 되어 다음 식물체의 양분이 되는 과정의 반복으로 최초의 흙이 만들어졌다. 흙이 생성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식물과 동물이 출현했고 그것들의 유해를 분해하는 미생물이 생겨났다. 수억 년에 걸쳐 숲이 바뀌는 천이와 지각변동으로 동식물이 퇴적된 흙 위에서 인류는 1만 년 전 농사를 시작했다. 이것이 지금까지 연구를 통해 밝혀진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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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토성土性

 

농사에 적합한 흙을 가려내는 기준인 토성 土性2 에 따라 흙의 굵기를 모래, 미사, 점토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모래(0.005~2mm)는 흙 알갱이를 눈으로 볼 수 있으며 거친 촉감이 느껴진다. 미사(0.002~0.005mm)의 흙 알갱이는 눈으로 볼 수 없으며 촉감은 부드러운데 점착성은 없다. 점토(0.002mm 이하)는 흙 알갱이가 가장 작고 촉감이 미끌미끌하며 점착성이 높다.

 모래는 굵은 흙 알갱이 사이로 물 빠짐과 산소의 순환은 잘 되지만 물과 양분을 저장할 수 없다. 미사는 물과 산소를 저장하는 데는 적합하지만, 양분을 저장하는 능력은 약하다. 점토는 물과 양분의 저장 능력은 높지만, 물 빠짐과 산소 순환은 약하다.

 세 가지 흙의 토성을 보면 각각의 장단점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물을 가두고 벼를 키우는 논흙은 점토질이다. 벼는 부족한 1.지의류 : 균류와 조류의 공생체. 균류는 조류를 싸서 보호하고 수분을 공급하며, 조류는 동화 작용을 하여 양분을 균류에 공급한다. 나무껍질이나 바위에 붙어서 자라는데 열대, 온대, 남북극에서부터 고산 지대까지 널리 분포한다.

 

흙을 알면 농사가 보인다


산소를 흙 속으로 공급하려고 줄기의 가운데를 비워 놓고 산소를 호흡하여 뿌리로 내려보낸다. 점토질 흙의 특징은 양분과 물을 저장하는 힘은 좋지만, 물이 부족하면 흙 알갱이가 서로 달라붙는다. 이러한 점착성 때문에 가뭄이 들면 땅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다. 채소를 키우는 밭에서도 가뭄이 들면 흙이 갈라지는 현상은 점토질의 흙이 많다는 것을 보여 준다. 점토

질의 밭에서는 흙이 딱딱하게 굳고 산소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서 작물 생육도 부진하다.

미사의 토성을 가진 흙은 알갱이 사이의 공극에 물과 산소를 저장할 수 있어서 뿌리를 깊고 넓게 뻗어야 하는 작물 생육에 적합하다. 그러나 양분을 저장하는 보비력 保肥力이 약하면 작물 생육이 부진할 수 있다.

 

모래의 토성을 가진 흙은 공극이 크고 표면적이 적어서 물과 양분을 저장하는 보수력, 보비력이 약해서 식물이 생육하기에는 부적합하다. 사막의 선인장은 모래땅의 악조건을 견디기 위해서 두꺼운 잎 속에 수분을 저장해 두고, 가시는 햇볕을 반사해 생육 온도를 조절하는 것으로 척박한 환경에 적응했다.

 

흙의 3

 

세 종류로 나누어지는 흙의 토성을 골고루 가지고 있는 흙이 채소 농사에 적합하다. 실제 농사에서도 흙의 토성 비율에 따라서 생육이 잘 되는 작물을 선택하기도 한다. 또는, 물리적으로 흙의 변화를 주려고 토성이 다른 흙을 섞어주는 객토客土를 하기도 한다.

 

또한 흙의 전체 비율에서 고상이 50%를 차지하며 그 안에 5%의 유기물을 포함했을 때 좋은 흙이라고 할 수 있다. 물의 액상과 산소의 기상이 공극에 각각 25% 비율로 흙을 구성했을 때, 농사에서 가장 이상적인 지력地力을 갖춘 좋은 흙이라고 할 수 있다.

흙을 구성하는 고상, 액상, 기상을 3이라고 한다. 고상은 물리적으로 변화하지 않는다. 비가 오거나 물을 주는 외부의 조건에 따라서 액상과 기상은 변화를 겪는데, 배수성8 이 좋지 않다면 수분이 많고 산소가 적을 것이다. 한편 가뭄이 들거나 물을 주지 않는다면 수분이

적고 산소가 많은 흙의 구성이 될 것이다.

흙은 물에 의해서 액상과 기상의 비율이 달라지는데, 배수성과 보수력이 동시에 있어야 하는 모순을 갖고 있다. 또한 흙 속에 양분을 저장하는 보비력과 산소를 순환시키는 통기성까지 갖추고 있으면 농사짓기 좋은 흙이라고 할 수 있다.

 

농사를 짓는 흙의 최악의 조건은 겉흙(표토층)이 건조하거나 침식되는 것이다. 그리고 딱딱한 속흙(경반층)이 생겨서 배수성이 좋지 않고 뿌리가 뻗지 못하는 활착이 안 되는 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조건을 타파하기 위해서 흙을 깊이 뒤집고 잘게 부수는 경운 농업을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하고 있다.

 

경운

 

오랜 기간 소가 쟁기를 끌면서 흙을 뒤집는 모습이 농촌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지금은 소 대신 여러 종류의 농기계를 이용해 흙을 뒤집고 잘게 쪼개면서 밭을 만들고 있다. 작물을 재배할 때마다 흙을 뒤집고 갈아 주는 경운의 목적은 흙의 3상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흙을 뒤집고 잘게 쪼개는 경운을 하면 흙의 부피가 늘어나고 손으로 만졌을 때 부드럽다. 경운은 흙 알갱이 사이에 공극을 만들어 주고 물과 산소가 저장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작물을 키우는 밭을 만들 때는 지표면보다 높게 흙을 올려서 이랑을 만든다. 이랑의 높은 두둑은 배수성과 통기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작물 생육에 유리하다. 둑보다 낮은 고랑은 물이 빠지는 배수로이자 농부가 다니는 길이기도 하다.

두둑을 만드는 목적을 이해했다면 함부로 밭(두둑)을 밟고 다니지 않을 것이다. 비가 오거나 물을 주는 외부의 조건에 의해서 두둑은 낮아지고 공극도 좁아지는데, 흙의 토성 비율과 관리 방법에 따라서 변화에 차이는 있다.

작물 생육이 끝날 무렵 흙을 만져보면 처음 경운했을 때와 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좋은 흙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시 경운하고 작물을 재배하는 농사를 반복하는 것이다.

농사짓는 흙의 조건을 계속 유지한다면 경운하지 않고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 경운은 꼭 해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경운하지 않고 두둑과 고랑의 구분 없이 평평한 밭에서도 농사지을 수 있다. 그러나 농사짓는 흙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경운하는 것이 작물 생육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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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물과 퇴비

 

최초의 흙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이끼와 지의류의 생명이 끝나면그 사체는 광물로 이루어진 무기물인 흙 속에서 분해되는 유기물이 된다. 수억 년에 걸쳐 흙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죽은 동식물의 유기물을 분해하는 미생물의 생명 활동이 있었다. 미생물도 죽으면 흙 속의 양분으로 돌아간다.

흙은 광물로 이루어진 무기물로 존재하지만, 그 안에 유기물이 들어가면 미생물이 증식하고 식물에 양분을 제공하는 살아 있는 흙이 된다. 얼마나 많은 미생물이 다양하게 존재하는가가 좋은 흙을 판단 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토양 미생물은 지구 생태계에서 생산자인 식물과 소비자인 동물의 중간에서, 죽은 동식물을 분해하여 살아 있는 식물에 양분으로 되돌리는 순환을 하는 분해자라고 할 수 있다. 분해된 유기물은 미생물과 식물의 양분으로 소비되고 나머지는 흙 속에 축적된다앞에서 흙을 구성하는 50%의 고상 안에 5%의 유기물이 있으면 아주 좋은 흙이라고 했다. 농사짓는 흙에서 유기물 5%를 유지하기란 매우 어렵다. 토양 검사를 해보면 보통은 3%가 일반적이다흙 속의 유기물 함량을 높이는 일은 지속 가능한 농사를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밭에서 생성된 식물의 유기물을 흙으로 되돌리거나 동식물의 유기물을 퇴비로 만들어 흙 속에 넣어주는 일도 유기물을 높이려는 방법이다.

퇴비를 흙 위에 뿌리고 경운하면 흙 속에서 골고루 섞인다. 흙에 들어간 퇴비의 유기물은 미생물에 의해 분해(부식humus)되면서 식물의 양분이 되고 나머지는 역시 흙 속에 축적된다.

퇴비는 흙의 물리성과 화학성을 개선하고, 작물 생육에 필요한 양분을 공급하는 종합영양제로서 흙이 먹는 밥이라고 할 수 있다. 생물이 퇴비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배출하는 점착 물질 글로말린Glomalin은 흙의 입자를 둥글게 뭉치게 하는 떼알 구조로 공극을 확대하여 배수성, 보수력, 보비력, 통기성을 높인다.


잡초와 미생물


앞에서 좋은 흙은 토성이 골고루 섞여 있으며 유기물이 많고, 다양한 토양 미생물이 활동하고 있는 흙이며, 이것이 작물 생육에 최적의 조건임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이 조건을 향상하거나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미생물은 유기물을 분해하여 양분을 얻기도 하지만, 광합성으로 만들어진 양분(포도당)이 필요하다. 동물이 식물을 먹음으로써 식물이

만들어 낸 광합성 양분을 얻어 내듯, 미생물도 식물의 뿌리를 통해서 광합성으로 만들어진 양분을 얻는다.

광합성 양분을 받은 미생물은, 유기물뿐만 아니라 광물을 분해하여 식물에게 양분을 제공하고 물과 양분이 있는 곳으로 뿌리를 유도한. 공기 중의 질소를 뿌리에 고정시켜 제공하거나, 식물이 흡수하기 어려운 양분인 인산을 공급하는 미생물도 있다.

식물과 미생물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 공생하는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토양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작물 생육과 병충해의 예방은 미생물의 다양성과 지속성에 달렸다.

흙 속에 다양한 미생물이 활동하려면 여러 종류의 식물이 한 구역에 있어야 한다. 농사에서 잡초로 불리는 풀을 무조건 없애면 미생물의 다양성을 해친다. 풀을 적절하게 이용하면 미생물의 증식과 농사에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된다.

경운에서 두둑은 작물의 영역으로, 풀의 성장을 억제하는 편이 작물 생육에 유리하다. 고랑 주변의 풀은 미생물과 공생으로 흙과 농사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한다.

좋은 흙을 만들고 유지하려면 유기물과 미생물이 밀집해 있는 겉흙을 보호하는 일이 중요하다. , 침식을 막고 수분을 유지하기 위해 흙의 맨살이 보이지 않도록 겉흙에 유기물을 덮어주는 멀칭을 하는 것이다. 유기물과 수분을 유지하고 침식을 막기 위해서는 풀이 있어야 하지만, 농사에서는 무조건 풀을 키울 수는 없다. 작물 주변은 풀이 성장하지 못하도록 미리 유기물 멀칭을 하거나, 올라온 풀은 뿌리째 뽑아서 그 자리에 덮는다.

 

작물 생육에 방해가 안 되는 풀은 함께 키워도 된다. 그러나 광합성을 방해할 만큼 자라면 뿌리를 뽑지 않고 줄기 아래를 잘라서 그 자리에 덮어주는 유기물 멀칭을 하는 것이 좋다. 멀칭에는 낙엽이나 톱밥, 왕겨, 볏짚, 풀을 사용할 수 있으며, 작물에서 버리는 잎, 줄기 등의 잔사로도 흙을 덮어 준다. 유기물 멀칭 재료는 시간이 지나면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고 양분으로 순환하면서 좋은 흙을 만든다.

 

겉흙이 보이지 않도록 유기물 멀칭을 하면 풀의 성장을 억제하고 수분을 유지하여 가뭄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또한 고온의 날씨에 흙의 지온을 낮춰서 작물과 미생물의 생육을 돕는다.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에 소나기가 흙에 직접 닿지 않도록 완충하는 역할을 해 침식을 예방한다. 좋은 흙의 조건과 환경을 만드는 방법 및 효과에 대해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했다. 위에 나열한 조건과 환경이 충족되었다면 흙을 뒤집는 경운과 퇴비를 넣지 않아도 되는 무투입의 자연 친화적 농사를 지을 수도 있다.

자연 친화적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흙에서는 뿌리를 내린 식물과 토양 생물들에 의해서 자연스러운 경운이 될 것이며, 흙으로 되돌려진 유기물을 미생물이 분해하고 양분으로 순환하면서 지력을 유지한다. 최초의 흙이 생겨난 이후로 토양 생태계는 지금까지 이러한 순환을반복하면서 흙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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