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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여름가을호(통권 195호)_인드라망운동 톺아보기_인드라망생명공동체와 사부대중공동체 그리고 삶의 재구성 ― 이정호

인드라망관리자
2023-11-02 10:56 14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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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드라망생명공동체와 사부대중공동체 그리고 삶의 재구성

 

이정호(인드라망생명공동체 정책위원장)


1. 회상


잠깐의 되돌아보기를 합니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이 글의 목적입니다. ‘영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특히 ‘생태적 영성’을 중심으로 인드라망생명공동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생태영성을 생태적 감수성과 생태적 시각 그리고 생태적 삶의 총합으로 생각하고 시작합니다. 영성을 ‘비물질적 실재’로 보는 것보다는 ‘삶을 살면서 기준점으로 삼는 준칙’ 정도로 해석하고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소개를 위해 조금 과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 도법스님의 선우도량과 종단개혁의 시간 

인드라망생명공동체에 있어서 도법스님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도법스님과 실상사의 인연은 1990년에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도법스님은 ‘올바른 수행자상 정립’과 ‘바람직한 사회적 역할’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선우도량’이라는 승가결사체를 만들었습니다. 선우도량은 실상사를 근본도량으로 삼았습니다. 지리산 깊은 곳에 있던 폐사 직전의 실상사는 그렇게 도법스님과 인연이 되었습니다. 

불교 내부의 자정과 개혁을 중요하게 여긴 선우도량의 활동은 94년 조계종단 개혁의 과정을 통해 종단의 행정적, 제도적 합리화와 절차적 민주주의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향했습니다. 도법스님의 활동은 불교 내부, 특히 조계종단 내부에서 ‘사찰’과 ‘종단의 합리적 개혁’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 세상과 소통하다! - 귀농학교, 지리산살리기 그리고 탁발순례

인드라망생명공동체의 역사는 대안문명을 향한 ‘귀농학교’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성찰과 모색의 1990년대를 넘어서면서, 대안문명에 대한 지식인 및 종교인들의 활동이 다양하게 진행되었습니다. 불교계에서도 1998년도 ‘불교귀농학교’를 시작으로 그해 8월 실상사에서는 ‘장기귀농학교’가 개설되었습니다. 대안문명의 새 토양으로 농업과 농촌 그리고 자연으로 향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제안하였습니다. 

1999년 하반기에는 ‘지리산댐’에 관한 소식이 실상사로 날아들었습니다. 지리산댐 백지화를 위한 사회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리산살리기국민행동’이라는 이름으로 몇 년간의 캠페인이 진행되었습니다. 댐반대운동이 아닌 ‘지리산살리기’라는 슬로건이 시작되었습니다. 

2000년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정치·사회적으로 9.11테러 이후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이라크 전쟁과 더불어 남북 간에도 긴장이 고조되었습니다. ‘생명평화와 민족통일을 위한 1000일 기도’가 실상사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당시 교류하던 대안문명을 열고자 하는 여러분들의 제안으로 ‘생명평화탁발순례’를 시작하였습니다. 생명평화탁발순례는 2004년 이후 약 5년 동안 8만 명의 사회대중들을 만나며 진행되었습니다. 


* 불교계에 대한 담대한 제안 - 조계종 화쟁위원회 활동과 ‘붓다로살자’ 운동

2010년 조계종단으로부터 불교의 ‘대사회적 역할 제고’를 위한 활동 제안이 있었습니다. ‘조계종화쟁위원회’의 활동은 조계종의 공적 단위가 본격적으로 사회적 발언을 한 사례입니다. 우리 사회의 ‘아픈 곳’, ‘아픈 사람’들의 문제를 대화와 소통을 통해 풀어보자는 문제의식이었습니다. 

조계종화쟁위원회의 활동은 불교 내적으로 ‘붓다로살자’ 운동을 태동시켰습니다. 불교에는 깨달음과 실천 수행에 대한 오래된 논쟁이 있습니다. ‘붓다로살자’는 ‘연기법’에 대한 깨달음을 통해 일상에서 붓다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자연스럽도록 하자고 제기하는 것입니다. 뭇 생명들이 겪는 아픔의 현장에서 붓다의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임하고자 하는 ‘조계종단’의 실천행을 실행한 것입니다. 성공 여부를 떠나 필요했던 사회적 시도였습니다. 


* 실상사의 사부대중공동체와 마을공동체 만들기 - 인드라망 향후 20년의 방향성

도법스님은 7년간의 조계종화쟁위원회 활동 이후 다시금 실상사로 돌아왔습니다. 도법스님과 인드라망생명공동체는 한 번의 사회적 보림과 한 번의 불교적 보림의 과정을 지났습니다. 다시 실상사는 사부대중공동체와 마을공동체를 향한 두 번째 발걸음을 딛습니다. 

첫 번째의 발걸음은 20여 년 전 실상사를 개방하여 바깥의 다양한 경험을 맞이 하였습니다. 인드라망 내부적으로 ‘생명평화’와 ‘대안문명’을 향한 경험치가 없었습니다. 그것을 당시 대안문명을 고민하던 시대의 지식인과 종교인 그리고 많은 사회 대중들로부터 배웠습니다. 

두 번째의 발걸음은 우리의 경험치가 쌓인 발걸음입니다. 내적으로는 실상사를 사부대중들이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공적 사찰로 만들어서 불자 대중들의 모델을 만들고자 합니다. 외적으로는 그동안의 경험을 알려준 사회 대중들에게 ‘회향’의 과정을 진행하는 방향입니다.


2. 인드라망 무늬와 생명평화


인드라망생명공동체라는 이름으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인드라망이 뭔가요?’입니다.

‘인드라망’은 화엄경에서 나온 얘기입니다. ‘인드라’라는 인도 신의 이름과 ‘망’이라는 한자어로 이루어진 말이지요. 간략히 ‘인드라의 그물’입니다. 

인드라의 신이 사는 궁전은 그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 그물의 그물코에는 투명한 유리구슬이 달려 있습니다. 

이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하나의 구슬에는 주변의 모든 구슬들이 투영되고 있습니다. 다른 모든 구슬에는 이 하나의 구슬이 모두 투영되어 있는 형상을 이룹니다. 

사람들에게 ‘보편적 교육’이 어렵던 시절, 불교의 세계관을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해 그림을 통해 설명했습니다. 서로 관계 맺고 서로 영향을 주면서 끊임없이 인연되는 세상의 존재 방식을 그럴듯하게 설명한 것입니다. 


오늘날 이러한 사고방식을 우리 단체에서는 ‘생명평화의 무늬 - 인드라망 무늬’로 설명합니다. 세상의 존재 방식이고, 모든 존재와 생명에 대한 존재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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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한번 보겠습니다. 인드라망 무늬에는 왼쪽과 오른쪽 위에 해와 달이 있고, 가운데 인간의 형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머리를 공유하면서 왼쪽에는 물고기와 새의 형상이 있습니다. 오른쪽에는 네 발 달린 동물의 형상이 있고, 인간의 머리 위에는 풀과 나무가 자리합니다. 이런 방식이 삼라만상의 본래 모습이라는 설명을 곁들입니다. 

인간과 인간을, 인간과 자연을 관습에 따라 ‘나누어’서 보고, 나와 세계의 불가분한 관계를 지식체계로 ‘나누어’서 보는 시각이 보편적입니다. 이렇게 세상을 보는 방식을 극복하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을 그림을 통해 형상화한 모습입니다. 

삼라만상 모든 존재의 모습이 이와 같이 주변과 불가분의 관계(나누어지지 않는 관계)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고, 이에 따라 삶의 방식을 찾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가 우리 단체의 문제의식입니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는 이러한 존재 방식에 맞는 삶의 방법론은 당연히 존중, 균형, 조화의 방법이어야 함을 믿고 있습니다. 


3. 공동체와 ‘인생 공부’ - 깨달음은 나무처럼 자라난다!


깨달음이란 ‘무아연기론’을 잘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잘 이해한 석가모니의 방법은 ‘중도적’으로 접근하기였습니다. 당시 인도에는 다양한 종류의 수행론이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극단의 고행주의적 경향들이 있었으며,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선정주의적’ 방법론이 있었습니다. 

이 방법론들에 대한 석가모니의 태도는 극단적인 방법론을 떠나 ‘중도적 방법론’을 채택한 것을 특징으로 합니다. 이 길을 통해 발견한 진리가 ‘무아연기론’입니다. 연기법은 부처님 전에도 있었습니다. 붓다는 이 법칙을 잘 이해하여 일상의 삶에서 ‘생각과 말과 행동’을 그것에 맞게 행한 분입니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는 ‘붓다의 일생’, ‘붓다의 삶’에 비추어서 불교 공부를 진행하고자 노력합니다. 붓다의 구체적 삶과 말과 행동을 통해 설파된 불교를 잘 공부하기 위한 방법론은 나의 ‘지금 여기의 삶’에 불교의 가르침을 비추어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붓다의 일생은 도반들과 관계를 떠나서는 성립할 수 없습니다. 제자와 대화를 통해 석가모니는 ‘도반이 수행에 있어서 전부이다!’라고 이야기할 정도였습니다. 

현대사회는 과학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조건 따라 생멸하는’ 자연계의 관계를 대중들은 잘 알게 되었습니다. 사회현상 또한 조건 따라 생멸함을 과학은 가르치고 있습니다. 사회적 깨달음의 조건들입니다.

저는 미래사회의 깨달음은 ‘공동체’를 통해 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낱낱이 설 수 있는 사회경제적 토양이 갖추어지고, 자기 인격 함양의 과정을 ‘공동체’를 통해 지향한다면 그것이 ‘사회적 깨달음’의 과정이겠다고 생각합니다. 

중도적 방법론에 따라 발견한 ‘무아연기론’ 그리고 오늘날의 ‘생명평화 무늬’는 깨달음이 ‘자유로운 공동체’를 통해 가능함을 알려준다고 봅니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에서는 인생의 어느 순간에도 ‘내가 누구이며, 그 존재 방식에 따른 삶의 태도를 찾아가는 공부’를 인생 공부라고 부릅니다. 작은 공동체에서부터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인생 공부입니다. 나의 존재론에 대한 인식과 그에 따른 삶의 방법론을 도반들과 함께 공부하는 문화가 ‘지속가능한 공동체’의 기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4. 공동체도 빛나고, 개인도 빛나라! - 사부대중공동체와 마을공동체


* 공동체도 빛나고, 개인도 빛나라! 개인도 빛나고 공동체도 빛나라!


실상사의 대문 격인 사천왕문에는 ‘공동체도 빛나고, 개인도 빛나라!’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습니다. 실상사는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사고방식을 삶을 통해 구현하는 것에 주목합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사회로 조금 확장된 모습이 ‘실상사사부대중공동체’이고, ‘마을공동체’입니다. 

실상사사부대중공동체는 실상사의 내부 행정을 맡고 있는 실상사사중과 실상사농장 그리고 실상사작은학교, 마을 사람들과 연대하는 ‘사단법인 한생명’, 산내 암자 백장암, 청년들의 공간 ‘화림원’ 등이 함께 사찰을 운영해 간다는 뜻을 포함합니다. 각각의 개인들이 작은 소공동체를 이루고, 좀 더 확장된 광장인 실상사의 살림을 작은 소공동체들이 함께 ‘대화’를 통해 운영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개성들의 확립과 연대의 삶을 마을 단위로 확장한 개념이 마을공동체입니다. 실상사의 사부대중공동체는 다양한 층위에서 마을 주민들과 연대합니다. 

사부대중공동체의 개인들은 자신들이 지향하는 갖가지 마을 소모임에 자유롭게 참여합니다. 현재 실상사가 있는 ‘남원시 산내면’에는 1백여 개에 이르는 마을 주민들의 ‘문화적, 사상적, 정치적, 기술적, 인문학적 소모임’들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실상사사부대중공동체의 소공동체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마을주민들과 연대합니다. 또한 실상사사부대중공동체는 사단법인 한생명을 통해 각종의 지역 사업들에 한 주체로 참여합니다. 작은학교는 지역 교육 단위들과 더불어 ‘지리산글쓰기백일장’을 꾸려내고, 실상사의 작은 소공동체들은 지역 주민들과 ‘족구대회’를 함께 꾸려내고 있습니다. 


* 실상사의 사부대중공동체가 특수한가?

인드라망생명공동체의 공동체 운동은 지난 20여 년 세월 동안 실상사를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향후 과제는 이러한 모델이 실상사와 도법스님이 이루어낸 특수한 상황에서 그쳐 버리지 않도록 하는 일입니다. 문명전환 운동의 불교계 모델이어야지, 실상사만의 현상이어서는 운동이 될 수 없는 것입니다.

인드라망 운동은 주변의 많은 불자들이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반면 그만큼 우려 섞인 시선이 공존했습니다. 도법스님이기 때문에 혹은 실상사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라는 시각이 그것입니다. 이른바 ‘대중운동’으로 확산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표현입니다. 

이에 대한 진지한 내부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다르게 본다면 ‘실상사’가 하고 있는 사부대중공동체와 마을공동체는, 어쩌면 현재 사찰에서 이루어낸 최초의 일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실상사의 경험을 잘 연구하고 각자의 상황에 맞게 실천한다면 다른 사찰 그리고 다른 스님들과 사부대중들도 능히 해낼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 됩니다.

마치 붓다가 중도연기의 깨달음을 얻은 것이 석가모니라는 한 ‘특수한 개인’의 성과로 그치지 않고, 인류의 사표가 됐다고 하는 불교의 인식에 기반하면 가능한 논리입니다. 

다만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지난 30여 년간 도법스님의 활동에 대한 그리고 20여 년이라는 인드라망의 활동에 대한 역사적 행적을 잘 정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자체적인 노력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 우리 사회의 마을공동체 운동을 하는 단체들과 연대나 협력은?

2023년 실상사에서는 ‘지리산소풍’이라는 이름으로 마을공동체 운동을 하는 작은 단체들이 2박 3일간 모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각기 다양한 문제의식과 방법으로 작은 공동체를 꾸리고, 인근 마을과 협력하고 있는 10여개 단체들간의 인사나누기 정도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실상사는 우리나라의 마을공동체운동을 진행하는 단체들에게 있어서도 중요한 지역입니다. 우리나라의 마을공동체운동의 역사가 짧기도 하지만, 실상사가 가지는 상징성이 있기에 더 그러합니다.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대화하면서 마을공동체를 향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위로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인드라망에서 여러 단체들을 초청하였고, 서로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사실 이런 작은 일 조차도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을 초대하여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만만치 않습니다.

소소한 것에서부터 대안문명을 향하는 과정에서 인드라망과 실상사의 역할을 찾아보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회향’의 방향입니다. 


5. 마을을 넘어서는 공동체와의 관계는? 


- 마을공동체도 빛나고, 국가공동체도 빛나라. 

우리 사회는 작은 마을 단위의 변화만으로는 한계를 가집니다. 마을과 마을을 넘어서면 기초자치 단위와 그것을 포괄하는 광역자치 단위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개인들과 각급의 자치 단위들은 국가공동체로 강하게 규정됩니다.

작은 공동체 운동은 나의 변화와 공동체의 변화를 동시에 모색합니다. 그러나 작은 공동체로는 개인이 포괄하는 다양한 삶의 욕구 중 작은 삶의 변화만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하니 소규모의 공동체로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공동체 운동의 확산은 하나의 공동체가 커가는 것만이 아니라, 작은 공동체 간 연대와 협력 그리고 작은 공동체와 큰 공동체 간 연대와 협력을 통해 확산됩니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중앙집중적 국가공동체의 영향을 받아 왔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 기억에는 내 삶의 변화를 ‘중앙정부’의 변화를 통해 모색하고자 하는 경험들이 축적되어 있습니다. 전쟁 과정도 계획경제를 통한 경제부흥의 과정도, 중앙정부의 민주화를 위한 과정도 중앙집중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는 나와 중앙정부 사이에 수많은 중첩된 공동체들이 존재합니다. 아직 각급의 단위들이 나와 중앙정부 사이에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합니다. 대부분 중앙정부로부터의 경로 의존성에 머물고 있습니다. 위로부터 진행된 개인 삶의 변화만이 존재했기에(전쟁과 계획경제 그리고 중앙정부의 민주화 과정 등)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우리 사회는 마을공동체와 기초자치 공동체 그리고 광역자치 공동체로 이어지는 아래로부터 삶의 연대를 재구성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중앙정부의 민주화 과정은 이런 것을 축적해 갈 때 진정으로 성숙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나의 삶의 변화’에 관한 한 중앙정부를 통한 ‘경로 의존성’이 존재합니다. ‘중앙정부도 빛나고, 마을공동체도 빛나라!’는 방법론이 필요합니다. 나의 변화로부터 시작되어, 소공동체와 마을공동체 그리고 기초자치 공동체와 광역으로 이어지는 ‘차원 변화의 민주화 과정’이 필요합니다. 중앙정부는 빛났으나, 마을공동체는 빛날 수 없었던 사회 역사적 과정에 대한 회고와 성찰의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중앙정부에 대한 경로 의존성이라는 강한 ‘습관’이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이를 ‘사회적 업’이라고 부릅니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마을공동체’에 대해 좋은 경험을 축적하는 과정을 밟아가는 일입니다. 그리고 마을공동체-기초자치 공동체-광역자치 공동체로 이어지는 아래로부터의 새로운 경험을 쌓는 것입니다. 어쩌면 중앙정부 민주화의 부침 과정도 이것의 부족에서 생겨나는 현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6. 인드라망생명공동체에서 진행 중인 과제들


* 현실의 인드라망생명공동체와 실상사를 바라봅니다. 몇 가지 과제를 정리하면서 글을 맺고자 합니다. 향후 긴 호흡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라고 봅니다. 


* 인드라망생명공동체, 되돌아봐야 할 역사

지난 시기 인드라망생명공동체는 소수의 활동가들이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인드라망의 지금까지 역사는 ‘발로 쓰는’ 역사였습니다. 스스로의 활동을 돌아보면서 ‘손’으로 역사를 쓰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제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인드라망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지난 20여 년을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도법스님의 선우도량 시절부터는 30여 년의 세월을 반추해 보고 있습니다. 

실상사의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과 인드라망을 구성하는 회원들이 ‘전후좌우상하’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단체의 역사적 과정을 뒤돌아보고, 대화하고, 쓰고, 성찰하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인드라망생명공동체의 현재는 제대로 ‘구성’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필요한 일을 시작했습니다. 


* 실상사의 경험을 불자 대중들과 공유하기!

인드라망 운동은 불자들의 대중운동 모델을 우선 만들어야 합니다. 사부대중공동체라는 슬로건은 개별 사찰에 대한 공적 기능을 현대사회에 맞게 회복하는 길입니다. 

물론 현재 많은 불자 대중들은 실상사의 실험에 대해 ‘먼발치’의 일로 여깁니다. 불자 대중들이 한편으로는 응원의 마음으로, 한편으로는 ‘보편적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보면 맞겠습니다. 

길게 보면 30년, 짧게 보면 20여 년 실상사와 인드라망은 하나의 모델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향후 30년의 세월은 아마도 이런 경험을 정리하고, 불자 대중들과 공유하는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것이 사회 대중과 불자 대중들을 위해 인드라망생명공동체의 회원들이 해야 할 일일 것 같습니다. 


* 인문학적, 사상적 네트워크 중심의 마을공동체에서, 사회경제적 네트워크의 보완

실상사 주변에는 귀농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남원시 산내면의 인구가 3천 명이 되지 않습니다. 그중 6~7백 명이 귀농자들입니다. 많은 인원입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많은 수의 ‘소모임’을 만들었습니다. 100개 가까이 되는 소모임이 산내면에 존재합니다. 정치, 사회, 문화, 경제, 인문, 취미라는 지향에 따른 수많은 소모임이 생겨났습니다. 풍성한 소모임입니다.

풍성한 사회문화적 네트워크는 실상사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에게 ‘재미’를 안겼습니다. 당연히 정착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주변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쉽게 나가지 않습니다. 

충남 홍성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홍성에는 젊은이들이 각종 ‘협동조합’을 많이 꾸리고 있습니다. 반면 실상사 주변에는 40~60대 중장년들의 사회문화적 네트워크가 풍성합니다. 실상사 주변에는 여유가 되는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네트워크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러하니 아직 물질적 기반을 갖추지 못한 청년층이나 어려운 중년층은 깃들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상사 주변을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 혹은 아이들이 태어나는 마을공동체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청년층이 들어와서 ‘비벼볼 수’ 있는 사회경제적 네트워크(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 영역)가 보완되어야 합니다. 


주마간산식으로 스스로를 돌아보았습니다. 2~30년 동안 이 정도밖에 안 되냐는 한숨 소리가 들려오기도 합니다. 호흡을 한번 가다듬겠습니다. 이정호 합장




이정호

인드라망생명공동체를 창립하는 과정에서 사무처장의 소임을 수행했다. 인드라망의 문제의식으로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를 공부했다. 행복중심생협연합회 이사와 ‘사회적기업 마을카페그물코’ 감사 소임을 살고 있다. 현재는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정책위원장으로 인드라망의 발로 쓴 활동에 대해 손으로 역사를 다시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보림 : 보림(保任)은 선불교에서 깨달아 부처가 된 이후의 수행을 말한다. 보호임지(保護任持)의 준말이며, 보임이라고 읽지 않고 보림이라고 읽는다.

*회향 : 자기가 닦은 선근 공덕을 다른 중생이나 자기 자신에게 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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