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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6호] 산골에 사는 즐거움

인드라망사무처
2022-11-21 05:06 82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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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내 이빨운동 턱운동! / 양영란(귀농자)



이웃에 사시는 여든이 훨 넘으신 할배께옵서 이제는 이가 약해지시고 뒷간출입이 힘드시다는 이유로 곶감과 감또개가 자루채, 덩굴째, 하여간 아랫집 사는 선녀네한테 굴러들어왔다.


곶감자루를 애지중지해갖고 대처 사는 자식들 주려고 <보관>을 잘 해놓으셨건만 지난 설에 그 애지중지 자식들이 안 가져갔단다. 크흐흐흐~~ 히쭉!


안 그래도 그동안 눈치를 봐가며 할매네 벽장을 뒤져가며 슬금슬금 몰래몰래 한 바구니씩 슬쩍해갖고 와서 야곰야곰 먹었더랬는데, 곶감과 감또개 자루를 한아름 들고 입이 함박만치 찢어져서 어쩔 줄을 몰라 요새 맘껏 양껏 묵고 있다. 이건 이빨 턱운동 열심히 해야 한다.


할매 말씸이 대봉시가 곶감하기가 좀 어려워 네 토막으로 내서 만들어봤단다. 그랬던이 대략 대박이란다. 먹기도 좋고 크기도 딱 이고 맛도 좋고


감또개는 감 껍질을 벗기지 않고 그대로 뚝뚝 쪼개서 널어 말린 거인디 이놈도 이빨 운동 억수로 된다. 감 껍질은 곶감 맹글 때면 어쩔 수 없이 나오는 긴데 이거이 영양가가 젤루 많은거다. 절대 버리문 안 된다. 또 곶감이랑 감또개랑 분을 낼 적에 감 껍질로 싸놓으면 참 잘 된다카더라.


뒷간 가는 일만 겁주지 않으면 하루 종일이라도 입에 물고 있을 작정인데 아직까지는 겁날 일이 없다!!!


겨우 내내 다람쥐들이랑 숨바꼭질해가며 얻어낸 호두 깨 묵고 땅콩 볶아 묵고 거기다 감또개랑 곶감이랑 주섬주섬 묵고 땡땡 얼은 홍시 녹여갖고 숟가락으로 푹푹 떠 묵는 맛이란! 또 고구마 궈 먹고 감자 득득 갈아 전 부쳐 묵고. 겨울 다간 다음에 나무꾼과 선녀네 꼬락서니가 전부다 통통, 퉁퉁 데굴데굴 이겠네.


옛날 우리네 어린시절 감또개 엄청 먹고 자랐었지. 언감생심 곶감은 눈호사만 실컷(?)하고 얻어먹지는 못하고 제사 때나 명절 때나 겨우 맛만 보았을 정도!


대신 곶감을 만들 때 나오는 감껍질 말린 것들이 얻어걸렸고 감 따다가 떨자서 깨진 감들을 모아다 대충 썰어 말린 것들도 졸깃졸깃 먹을만했다. 잘못 말려서 더러 곰팡이 슬은 것들도 있었고 먼지들이 엉켜있는 것들도 많지만 머, 그땐 이것저것 가릴 거 있었나? 그런 것도 귀했었는데 군소리 없이 손에 쥐고 먹어야 했다. 요즘 애들 들으면 에이, 비위생적이야~ 라고 질색하겠지만.


산골엔 철따라 먹을 것이 제법 된다. 봄이면 앵두 살구 오디가 열리며 여름이면 복숭아 자두 산딸기들이 애들 손길을 기다린다. 가을엔 그야말로 지천이고. 말해 무엇 하리. 겨울엔 그동안 갈무리 해둔 것들 쌓아놓고 먹는 재미가 있지.


요즘 나무꾼과 선녀네 세 아이들은 일 년 내 논과 밭에서 거둔 곡식들과 이런저런 산과 들에서 구한 먹거리로 겨울을 난다.


하늘로 구멍 뻥~ 하니 난 산골짝 비안곡 선녀와 나무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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