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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9호] 살아가는 이야기1

인드라망사무처
2022-11-27 15:14 72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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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되길 꿈꾸며

주은진 (회원, 불교귀농18기) 



행복해지고 싶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건지 치열하게 고민하던 시기. 자연, 농사, 소박한 삶, 자급자족, 이런 것들에 대해 알아가면서 희망이 보이고, 길이 보였고, 꿈을 꾸기 시작했다. 자연에 깃들어 사는 길이야말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으며, 지구의 다른 친구들과 함께 살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 대입하니 너무 막막한 일. 그래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귀농학교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반가운 마음에 기대를 가득 품고 불교귀농학교 수업을 듣게 되었다. 귀농학교는 삶에 대한 전반적인 고민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왜 귀농인지,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려 살아야 하는지, 자립은 무엇인지, 농사란 무엇인지, 참 많이 생각할 수 있었다. 귀농을 아름답고 따뜻하고 이상적으로만 그리며 하늘을 날아다녔는데, 지금은 한 발 정도는 땅에 딛고 꿈을 꾸게 되었다.


여러 가지 주제의 강의를 듣고, 체험을 해 나가고, 여러 사람의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무엇을 얻고 어떤 생각들을 가지게 되었을까. 아주 많은걸 얻은 것 같기도 하면서 한치 앞을 모를 정도로 아득하기도 하다. 귀농에 대해 한 발짝 다가갈수록 더 혼란스러워지고 겁이 난다. 그리고 어떠한 방식의 귀농이 옳은 건지 혼란스러웠으나 지금 결론은 ‘모두 다 맞다’ 이다. 이것이 옳다, 저것은 그르다, 이렇게 말할 수 없이 귀농은 다양한 형태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한테 맞는 방식을 찾을 뿐이다.


귀농학교에 조금 아쉬운 점도 있다. 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다 보면 많은 부분 가족이 귀농한 경우나 남성의 목소리가 많았다. 나처럼 미혼이거나 여성 귀농자 얘기를 더 듣고 싶었다. 내가 이십대 미혼 여성이라는 악조건(?)인 관계로 이런 조건을 가진 사람이 귀농한 사례를 많이 보고 싶었으나 별로 접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어쨌든 행복하기도 했고 많은 질문을 던져주기도 한 귀농학교는 끝났고, 이제는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우선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나가야 겠다. 첫 번째로 중요한 일은 몸과 마음 다스리기이다. 농사에 있어서 체력은 아주 중요한데 도시에서 태어나 직장생활을 하는 터라 지금 이대로라면 귀농해서 고생할 것이 뻔히 보인다. 건강하게 농사를 잘 지으려면 지금부터 몸과 마음을 부지런히 닦아 놓아야겠다. 또한 일단 음식 마련하기서부터 , 옷 지어입기, 살림살이 만들기까지 조금씩 차근차근 해나갈 작정이다. 그 다음은 더 많은 사람들의 얘기를 들음으로써 나의 귀농 모습을 그려보기이다.


그리고 하나는 지금 도봉산 자락에 있는 텃밭을 잘 가꾸기이다. 상추, 배추, 무, 감자, 목화, 오이, 부추, 가지, 토마토, 콩 등 여러 가지를 불과 10평 밭에 욕심껏 심었다. 그래서 이번 여름은 내가 키운 채소로 풍성하게 먹을 수 있을지, 가을에는 내가 키운 한줌의 벼로 한 끼 밥을 해 먹을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처음엔 넉넉하고 완벽한 자연을 꿈꾸며 귀농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골 오지라는 데를 가 보아도 너무 많이 개발되어 망가지고 병들어 있는 자연을 보면 마음이 많이 아프다. 전에는 그냥 좋아 보이기만 하던 자연을 이젠 안타깝고 슬픈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농촌을 가면 상처 받은 자연의 모습 때문에 우울하기도 하지만 희망은 자연과 귀농밖에 없기에 오늘도 귀농을 꿈꾼다. 자연은 즐기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알 때, 진정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거라 믿으면서.


* 주은진 님은 자연이 되길 꿈꾸며 지금은 여성환경연대에서 일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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